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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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내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린의 타자기>라는 특이한 제목과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중장편 부분에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표지의 소개글,단지 딱 이 두가지의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다. 책 커버를 넘기자마자 보이는 저자 황희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2004년 미스테리 휴먼 스릴러 <썸머레인>으로 영화진흥공사 재외동포 대상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 네이버북스 미스테리 공모전 수상 등 미스테리 스릴러물 작품으로 받은 수많은 수상만으로도 그녀의 작품성에 대한 언급을 구지 필요를 못느낄 정도로 대단해보여 이 책에 기대감은 또 다른 설레임으로 바뀌게까지 했다.

이 책 <기린의 타자기> 역시 스릴러적 요소가 살짝 가미된 기발하고 독창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야기다. 결핍과 상처로 가득찬 마음을 극복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스토리 구성이 다소 복잡한데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상호 교차로 진행되고 있어서 초반에는 다소 혼란스러울수 있지만 읽어갈수록 이 책이 주는 흡입력과 몰입력은 대단했다.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암시를 거는 것을 의미하는 '로그아웃'과 백일몽 세계로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행복을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로그인'하기를 바라는 의미로 크게 '로그아웃'과 '로그인'이라는 제목으로 2부로 구성된 이야기다.

제1부 '로그아웃'에서는 순간이동 능력을 지녔으며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기린'이라고 적힌 엄마의 타자기로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꾸는 지하와 누구나 부러울만한 조건의 결혼을 한 지하의 어머니 서영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서영은 사실 시집과 친정 식구들 모두에게 외면당한채 무시와 구박은 물론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며 지하실 와인창고에 갇히는 게 일상인 가족들에겐 유령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서 딸 지하가 가출을 하며 그 집에서 '로그아웃'한지 6년이 지난 어느날 지하실에서 갇힌 서영에게 <조용한 세상>이라는 딸 지하가 쓴 소설이 도착한다. 신인작가의 글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진입한 이 소설 속 이야기가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으며 그녀는 딸이 쓴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딸 지하는 뉴욕 맨허튼에서 호신술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정이든과 강아지 울프와 함께 살며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제2부 '로그인'에서는 순간이동의 비밀이 풀린다. 그리고 지하가 가출을 해 글을 쓰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녀가 작가로서 성공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어머니 서영이 점차 시댁과 남편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책을 읽는 내내 지하의 어머니 서영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다. 폭언과 폭행이 난무한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그녀가 현실감 떨어지는 삶이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의무와 책임, 규칙과 제도라는 울타리 속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식에게 유독 죄책감을 갖고 지하가 청각장애가 된것이 산후우울증으로 같이 죽으려 해서 딸의 목을 조르는 과정에 생긴 후천적인 요인 탓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도 마음이 아팠다. 또한 초고를 수정이 가능한 노트북대신 한번 쓰면 고칠 수 없는 타자기로 쓰는 이유로 버려야 제대로 된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구지 글뿐 아니라 세상 일에도 모두 해당이 되는 부분들로 여겨져 개인적으로 깊은 공감을 갖게 했다. 또한 지하가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장애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흥미진진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너무도 좋았다. 지하를 통해 백일몽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어 나 또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늘 지하를 가슴아프게 한 엄마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쟁취하는 강한 엄마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어 그 부분이 가장 감동적인 부분으로 느껴졌다.

류지하, 그녀는 상상하는 동안 인간은 행복하며. 행복한 상상은 사람을 구체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또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해나가며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었고, 그녀의 엄마에게도 제2의 인생을 선물할 수 있었던 것처럼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암묵적으로 제시해주고 있어 많은 울림을 전해받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 스토리라 음울하고 무거울 수 있지만 짜임새 있는 탄탄한 스토리는 4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하나도 지겹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도 행복하고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 기억해 두고픈 책 속의 말.말.말.***

- 어쩌면 인간에게는 완전한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규칙과 규범, 의무와 책임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 역시 거대한 감옥 아닌가?(p.103-104)

- 상상의 세계가 아무리 달콤해도 현실의 내가 없다면, 상상 속의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p.246)

상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통스런 현실을 극복할 힘을 주는 것이 아니다. 현실도피가 되어서는 안된다. (p.246)

-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이 위기를 만들어낸 최초의 원인 제공자에게 위기를 돌려주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 선택이 자신의 새로운 삶을 여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p.254)

-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엄마를 지웠다. 그런데도 가슴이 아플 이유가 뭘까.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엄마의 모든 것이 싫었다. 간혹 같은 여자로서 엄마가 측은할 뿐이다. (p.285-286)

-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우리에겐 문제들이 닥쳐와. 우리가 문제를 만들지 않아도 타인이나 체제에 의해서도 문제가 생기지. 문제는 우리더러 풀라고 생기는 거야. 두려울게 뭐 있어. 풀면 되는데. 안달하지도마. 풀릴건 풀리게 되어있고 아닌건 안달해도 안풀려. 그러니까 문제가 생기면 침착하게 풀어가면 돼.(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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