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짐 오타비아니 지음, 릴랜드 마이릭 그림, 최지원 옮김, 오정근 감수 / 더숲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에 아이슈타인 다음으로 위대한 천재물리학자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들 스티븐 호킹을 떠올린다. 루게릭병이라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을 앓아 읽고 쓰고 말하는 것조차 불편했던 그가 상대성이론, 우주론과 블랙홀에 관한 독창적업적을 남기고 하늘의 별이 된지 이제 2년이 갓 넘었고, 그의 삶에 관한 매력적인 전기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작가인 짐 오타비아니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이번에 더숲 출판사에서 그래픽노블로 된 책이 번역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그의 업적과 삶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보기로 하는 마음이 생겼다.

사실 스티븐 호킹하면 휠체어에 탄 채 뒤틀려지긴 했으나 인자하고 온화한 얼굴을 한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원래도 발음을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폐렴으로 인한 기관절개술로 목소리를 완전히 잃어, 영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개발한 미국식발음의 음성합성프로그램인 '이퀄라이저'를 통해 매 연설마다 컴퓨터음성으로 "Can you hear me?"라고 시작한다는 정도는 여러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실상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릴레오 갈리레이 사망일인 1942년 1월 8일에 태어나 아인슈타인의 생일인 2018년 3월 14일에 하늘의 별이 된 천상 물리학자적 필연을 지닌 그의 삶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된다는 사실에 흥분되는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이 책은 위대한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삶을 시대순으로 쓴 만화형식의 전기다. 수학과 물리학에 빠진 어린 시절의 스티븐은 주변 아이들이 알아듣기 힘든 그들 가족들만의 '호킹어'로 불리는 언어를 쓰는 그는 학교성적이 그닥 좋진 않았지만 옥스퍼드대를 입학하게되고 캠브리지 대학원을 진학하며 또래 교수님과 학생들과 교류를 하며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그의 첫번째 아내인 제인과의 첫만남이 있었던 대학시절부터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근위축성 측색경화증으로 길어야 2년정도 살 수 있다는 의학계의 공통된 소견을 깨고 질병연구를 하시는 아버지의 공부와 자문을 통해 병마와 꿋꿋이 싸워나가며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그의 계속된 연구는 블랙홀에 적용이 되던 특이점을 우주 전체에 적용해 우주가 팽창하고 우주전체가 하나의 특이점에 탄생한다는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는 놀랄만한 업적을 세웠으며, 블랙홀이 양자물리학과 상대성이론과 결합해 빛을 포함한 모든 물체를 삼킬 뿐 아니라 복사에너지도 방출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밝혀내는 독창성으로 당대 천재물리학자로 불리우게 된다.

책 속에 나온 우주론과 양자중력연구도, 그리고 1000만부 이상 팔린 <시간의 역사>라는 비교적 대중적인 베스트셀러의 요약내용 역시 나름 아무리 열심히 읽어봐도 물리 문외한이 내가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무리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자녀들의 교육비 마련명목과 자신의 휠체어비용마련을 위해 빠듯한 생활비탓에 책을 집필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모습들은 그토록 뛰어난 업적을 지닌 천재물리학자이면서도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감 넘치는 가장의 모습으로 느껴져 마음이 따뜻했다.

<코스모스>의 작가 칼세이건이 그의 책 서문을 써주었고, 평상시에도 교류했던 사실은 새롭게 다가왔으며, '신이 존재하느냐?'와 '신을 믿느냐?'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에 대해 나 역시도 정확하게 어떠한 답을 얻고자 하기보다는 그 질문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많은 대중연설과 TV연설로 나설 때에도 과학자로서 자신의 가족이나 사생활, 그리고 병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심중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2020년인 현재에 더이상 스티븐 호킹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우주의 기원에 관한 탐구의지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더욱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평생을 연구하고자 하는 우주의 원리들을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과 어떻게 공유하고 어떻게 토론했었는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으며, 신체 장애를 가신 석학의 모습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의 모습들도 많이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 더 좋았다. 물리학과 우주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학생들이 읽어보면 너무도 좋아할 책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