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 도구 -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김자영.이진주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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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로 살게 된 후 물건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과 많이 바뀌게 되었음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예쁜 옷과 가방, 악세사리 등 나를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을 위한 공간에서 쓰는 생활도구에 훨씬 더 시선이 간다. <월간생활도구>라는 책도 그래서 내 눈에 더 크게 들어왔었던 것 같다.

스위스에 사는 건축가인 이진주, 김자영씨가 2014년부터 생활도구를 소개하는 작은 상점을 열어 매달 카달로그를 제작하게 되었는 데, 그 계기가 이 책 <월간생활도구>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화려하고 희귀한 물건이 아닌 평범하고 단순한 모습을 지닌 생활도구들 46개를 12개월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어울리는 생활도구를 소개해주는 것으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1월 January는 죽이 몽우리 생기지 않도록 젓는 기능의 스퍼틀, 아이스크림을 동그랗게 퍼주는 스쿱,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드리퍼와 모카포트 등의 제품을 통해 맛의 기쁨을 알려주는 도구를 소개하고 있고, 2월 February에서는 모두가 소년이고 소년이었던 그리운 시절을 회상하면서 테트리스 게임기, 전화, 문자, 일정관리 정도만 되는 2018년에 출시된 휴대전화 MP02, 오르골 등과 같은 과거에서 우리가 한 두번쯤은 가지고 놀았거나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도구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총 46개의 도구들은 모두 실제 두 분이 직접 사용을 해 오면서 곁에 두고 생활이 담긴 물건들이라고 하니 더 애착이 가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퍼틀을 사용할 때 오른손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리지 않으면 악령을 불러낸다는 오싹한 전설이야기나 나무 공 모양의 친환경적인 오르골 이야기는 나의 코묻은 어린시절을 추억하게 했다. 또한 내부 가로줄무늬나 필터의 세로주름, 그리고 세개의 추출구와 완만한 경사 원추형바닥이 균일한 속도로 추출할 수 있게 한 칼리파 드리퍼, 치약이나 물감의 마지막까지도 알뜰하게 쓰게 하기 위해 고안된 튜브말이, 나이드신 어머님을 돕기위해 고안된 유리병 뚜껑 따개와 아이들 키우는 집에서는 모두 하나쯤을 갖고 싶어할 정리가방은 제품출시 당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도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한 성당 돔의 모양을 본 뜬 독특하지만 세련된 모양으로 존재감을 뽐내주는 모카포트, 나무막대 열네 개를 나사로 이어만든 사이드 바이 사이드의 냄비받침과 납작한 원형 돌 두개를 포개 에센셜 오일을 떨어뜨려 사용하는 아로마스톤은 개인적으로 내가 갖고 싶은 도구였다. 그리고 헤밍웨이가 매일 카페로 커피를 마시러 가면서 들고 다닌 연필과 노트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파버카스텔 제품을 소개했는데 연필의 진하기 농도를 가리키는 B와 H가 파버카스텔이 만든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점도 유익했다. 그 외에도 기록의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제품,봄날의 향취와 관련된 제품, 초대할 때 필요한 제품, 생활의 별책부록, 자연예찬, 글 읽는 방, 아끼는 마음, 정리의 기본, 간절한 바람의 제목들로 이와 관련된 주제의 수많은 생활도구들이 소개되어 있다.

추가로 책을 모두 마무리하고 Index란에 다시 두어 월별로 소개된 제품의 사진, 정확한 제품명, 디자인과 제조회사, 제조연도, 제품크기, 제질을 추가로 설명해 둔 부분은 자기에게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된 대부분 제품들이 국내에서의 구입이 쉬워보이지 않았고, 윤활유나 왁스와 같이 더 이상 사용이 흔하지 않은 제품을 46개 속에 넣기엔 지면할애 유용성면에서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아 보였다.

누군가에게 필요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물건이 될 수 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에 대해 이토록 세심하게 관찰해 소개한 <월간생활도구>는 주부인 내겐 눈요기 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생활도구에 대한 내 시선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준 기분이 들어 읽는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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