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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라칸타
장량 지음 / 제니오(GENIO) / 2020년 5월
평점 :

사실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 제목이 주는 매력이 나에게는 상당한 편이다. 시바신 중 하나로 중생들을 죽음을 막기 위해 악마와 마귀의 독을 자신이 모두 삼키면서 얼굴과 목이 독으로 파란색을 띠게 되었다는 '파란 목'이라는 뜻을 지닌 <닐라칸타>는 제목이 주는 샤머니즘적 요소로 인해 책을 읽기 전 나의 상상력과 더해서 제법 멋진 소설로서의 기대를 하게 되기에 충분했다.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에도 당선되고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에도 당선된 경력을 지닌 장량의 이번 장편소설 <닐라칸타>는 내가 예상하는 것과는 달리 뜻밖에도 공상과학소설이었다. 언뜻 책 커버에서 소개된 제주해녀와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분류가 전혀 매칭이 되지 않았지만,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매순간 긴장감 넘치는 스펙터클한 내용들을 보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도 결론을 예측하기 어려우리 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내용들로 빡빡히 채워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 책 <닐라칸타>는 제주해녀의 타고난 뛰어난 신체조건을 이용해 미우주국 NASA가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로 유인탐사선 닐라칸타호를 타고 유로파 내부에 페타볼을 건설하는 것과 외계생명체 탐사의 목적으로 유인탐사선을 보내는 과정과 임무수행모습 그리고 지구로 귀환하려는 우주에서의 모습 등이 상세히 그려진 공상과학소설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먼저 제주 바다와 해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해양학 전공의 과학선생님인 현해린이라는 인물과 제주도 말로 무당을 뜻하는 수심방인 그의 어머니 고영신, 해녀 능력 중 최상급인 대상군에 속하는 그의 외조모 순희와 순희 엄마가 소개되는 데 이들은 열역류교환유전가능인자를 가진 모계유전이 타고난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지닌 가족들이다. 미 대통령의 특명으로 로베트 테일러는 현해린을 미국으로 데려가 그녀를 테스트하고 그녀는 결국 각종 특권을 부여받고 바다협곡 전문가이며 외과의사인 이사벨과 족장의 아들 그들을 경호하는 블랙과 함께 힘든 과정의 훈련을 거쳐 유로파로 유인우주선 닐라칸타호를 타고 얼음과 물의 흔적이 있는 유로파로 탐사를 떠나게 된다. 유로파 내부바다와 얼음 층 사이에 산소와 공기층이 존재하도록 공모양의 직경 100미터의 페타볼을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한 후 여기에 초소형 핵폭탄을 떠트려, 이에 대한 추력으로 가속을 높여 지구 귀환의 속도를 높여가는 과정 중 선상반란이 일어나고, 거기에다 각국의 이권이 개입이 더해지면서 결국 그녀의 생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낯선 어휘나 용어들을 접할 수 있었는 데 그 내용들이 상당히 유익하고 정확한 정보들에 근거하고 있어서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구성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주해녀가 운동선수와 같은 심장을 지닌 서맥현상을 보인다는 것, 해녀능력에 따른 분류들, 그리고 무녀 중 최고의 대가를 제주에서는 수심방으로 불리우고 있으며, 기타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읽기조차 쉽지 않아 번역을 따로 해두어야 했던 다양한 제주사투리도 접할 수 있다.
또한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위성 중 하나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유로파에 대한 연구와 탐사계획으로 설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고, 나사와 중국국가항천국 CNSA와의 첩보전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들도 현실에서 실재하는 일이라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현해린의 어머니의 뒤를 이어 무당이 된 박서영과 그녀가 혼자 짝사랑 양지우는 오직 현해린만을 바라보고 있는 얽히고 설킨 삼각관계나,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에게 유일하게 따뜻했던 아빠의 모습 등의 현실감 느껴지는 설정들은 긴장감 넘치는 페이지 가운데에서 쉬어가며 숨고르기 할 수 있는 모습들이어서 개인적으로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
얼마전 미국에서 UFO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뉴스를 보면서 우주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팍팍한 삶으로 지쳐있는 지구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행성이 머지않아 어딘가에 있을거라는 기대감도 갖게 하면서, 지금 당장은 우선 현해린을 구하러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해린이 아버지가 해린이에게 해 주던 말이 인상적이었던지라 기록에 남기며 책을 덮는다.
- 세상은 바다고, 인생은 항해란다. 항해하다 보면 폭풍을 만날 때도 있고 길을 잃을 때도 있단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끝까지 나아가면 결국 세상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단다. 해린아, 바람이 불면 돛을 올려 나아가고 폭풍이 오면 싸워 헤쳐가라,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저어 나아가라,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항해해라. 그것이 인생에서 패배하지 않는 길이란다. (p.11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