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동물 농장 (양장) - 194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지 오웰 지음, 이종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 종영한 tvN의 <요즘책방-책읽어드립니다>는 책을 좋아하는 내가 다시보기라도 해서 꼭 챙겨보고자 하는 몇 안되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얼마 전 읽고 싶은 책 위시리스트에 넣어두었다가 여지껏 읽지 못하고 있었던 책들 가운데 하나인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이 프로그램에 소개되었고, 출간 이후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영원한 고전이며, 영미문학 100대 소설에 꼽히는 소설임을 알고 있던지라 이번 기회를 통해 읽어보기로 했다. 마침 출판사 더스토리에서 최근에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다양한 고전문학들이 출간되는 것을 알고, 1945년도의 감성으로 돌아가게 하는 레트로감성의 이 커버디자인의 <동물농장>을 선택했다.

TV에서도 소개된 것도 있었고,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이 정치풍자와 해학을 담은 소설이라는 정보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해설에서도 소개되어 있듯이 이 책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으로 부터 1943년 테헤란 3차 회담에 이르는 약 26년의 러시아 정치사를 동물들의 우화 형식을 빌어 풍자하는 형식을 빌은 정치 알레고리 소설로, 니콜라이 2세,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에 이르는 러시아 정치인들이 무능한 인간 존스, 돼지 스노불과 나폴레옹과 같은 동물로 분화되어 동물농장을 다스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총 10부에 이르는 중편소설이다.

존스씨가 운영하는 메이저 농장의 동물들의 삶은 고달팠다. 어느 날 존스씨가 쏜 6연발 엽총 소리에 놀란 동물들은 반란을 일으켜 그를 쫓아내는 데 성공하고 그들은 메이저 농장의 가르침을 정교하게 다듬어 완벽한 사상체계인 동물주의를 정립하고, 동물주의 원칙의 일곱가지 계명을 정하고 농장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동물들은 돼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을 중심이 되어 총회를 열고, 다양한 동물위원회를 결성하고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는 등 스스로 계몽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권력의 중심이었던 스노볼을 몰아내고 돼지 나폴레옹이 동물농장의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되면서 새로운 독재정치의 암시를 풍겨준다. 핑크빛 삶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농장 동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노예처럼 일만 하지만 여전히 먹을 것도 넉넉치 않았다. 그러던 중 평소 인간들에 대한 증오를 외치던 나폴레옹은 이권을 위해 인간들 농장과 사업계약을 맺게되고, 동물들이 정한 동물계명을 어기는 행위 역시 서슴치 않게 자행하는 모습에. 동물들은 그에 대한 항의나 음모에 가담하지만, 반역자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처형을 당한다. 이후 이익에 따라 언제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나폴레옹은 풍차전투에 승리 이후 더욱 더 승승장구하며 자신의 권력을 더 막강하게 키워나간다. 결국 동물농장은 공화국으로 선포되고, 만장일치로 나폴레옹은 대통령이 되었으며, 잉글랜드를 통틀어 동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유일한 농장이야기이다.

이 책의 작가 조지오웰도 이 책의 이야기를 러시아 혁명의 실제 역사서에서 가져왔다고 직접 언급하바 있다. 책에서 나온 동물주의는 공산주의를 의미하고, 동물의 반란 역시 레닌을 독일이 러시아에 귀국하도록 도와준 사실을 빗댄 것이라 한다.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갈등은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갈등대립을, 핀치필드 농장은 독일을, 폭스우드농장은 영국과 프랑스를 의미한다고 한다. 백마 몰리가 사라져버린 사건은 백계러시아인들이 파리망명을 빗대는 것이라하고, 스노볼이 제안한 풍차건설을 나폴레옹 자신의 것인양 바꿔버린것이나 자신에게 반대하는 동물들을 가차없이 죽이는 것은 스탈린의 역사날조와 우상화작업 그리고 반대파숙청 그대로 빗대어 보여 준 것이다. 핀치필드농장 프레데릭의 동물학대는 독일의 유대인 학대를, 풍차전투는 스탈린의 그라드전투를 말한다고 한다.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은 부자가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는 방식과 같고, 동물농장의 동물들에게 힘들고 어렵지만 작은 꿈이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지만 현실은 강력한 규율과 권력에 철저히 지배당하는 공산주의 체제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사실 정치적 풍자의 날카로운 표현들이 가감없이 담긴 이 책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는 순간, 더더욱 이 책을 읽어야 할 당위성은 명백해 보였다.

사실 러시아 혁명이니 실제 역사니 하는 이러한 일말의 연관성을 모르고 읽어도 이 책은 충분히 다양한 각도로 상상을 하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어갈 수 있다. 읽는 내내 답답한 농장의 운영상황은 죽도록 일만하고 노동력 착취를 강요받는 동물들은 아직도 세계 어딘가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모두 사라져서 잉들랜드의 푸른 들판을 밟는 인간이 없을 때가 온다는 이야기는 그들에게 일말의 희망과 꿈,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우리 모두의 소원이 투영되어 비춰져 보였다. 그러한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고 말하고 있지만, 그 말 속에서도 암울한 현실은 동물주의 실패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씁쓸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돼지, 말, 개 등의 다양한 농장의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동물보다는 권력을 손에 넣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좌지우지 휘두르고자 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비춰져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서와 같은 매번 성실하고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말을 보면서 작은 희망을 기대하였으며, 결국 그도 늙고 병들어 도살장에 끌려가 죽음을 당하는 등 철저히 이용당한 후 결국은 버려지고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연민과 안타까움은 물론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공포감까지 전달해줘,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아팠던 장면으로 기억에 남았다.

꼭 한 번, 아니 여러 번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여겨진다. 책은 공산주의체제의 비판을 하고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쓸쓸한 결말을 맞았지만,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를 제대로 인식하고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자유와 평등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아울러 작가 조지오웰이 극찬한 정치풍자와 해학의 또 다른 소설 <걸리버 여행기>와 함께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가의 또 다른 명작인 디스토피아 소설 <1984>도 함께 읽어보길 개인적으로 권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