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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은 미스테리한 사건의 비밀을 통해 범죄자와 사건해결자간의 인간의 섬세한 내면을 파고들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보여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해주어 많은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 중 하나이다.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는 추리소설 매니아들은 물론 일본에서 독자들 다수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작가로, 실제로 그의 작품에 추리소설작가로 노리즈키 린타로, 그 자신과 그의 아버지 노리즈키 사다오 경시가 등장해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특이한 설정으로 구성된 일명 '노리즈키 린타로'시리즈물 중 하나로 <밀폐교실>, <눈밀실>에 이어 이 책 <요리코를 위해>가 세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책 커버에서도 볼 수 있듯이 8월 어느 날 니시무라 유지는 17살의 상냥하고 씩씩하고 명랑한 고등학생인 외동딸 요리코가 학교 근처 공원에서 교살당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딸의 방을 정리하던 중 산부인과 진찰 기록을 발견하고는 살해 당시 그녀가 임신 4개월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의사에게서 듣게 되지만, 경찰에서의 그러한 사실도 숨기고 딸의 범죄 수사과정 역시 뭔가 석연치 않아, 본인이 직접 범인을 잡아 그에게 복수를 하고, 그 간의 행적을 자세히 수기로 남긴 후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다. 14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로 누워지내는 사랑하는 아내 우미에를 두고 가야 하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으나, 그는 딸을 임신하게 한 교사 히이라기 선생을 죽인 후 자신도 약을 먹고 자살을 한다. 아내의 전담간호사의 도움으로 남편의 자살은 실패로 돌아가고, 이 후 사건은 딸을 임신시킨 선생을 살해한 아버지가 자살을 한 전형적인 범죄사건으로 해결되는 듯했으나, 딸 아이의 학교에서는 이사장의 오빠가 보수당 중견의원으로 이런 스캔들이 학교이미지에 손해를 입히게 되고 그것이 다음 선거에 영향을 있는터라 교사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목적으로 학교에서는 추리소설 작가이지 명탐정으로 유명한 노리즈키 린타로를 고용해 사건을 재조사하게 된다. 탐정 린타로를 통해 그녀의 아버지가 10일동안의 행적을 기록한 수기에 적힌 내용의 허구성을 찾아가며 요리코와 그녀의 가족에 얽힌 인물들을 만나며 사건을 재조명하며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요리코를 위해>는 쓰여져 있다.
오랫동안 사랑했지만 자신이 완벽해졌을 때 결혼하고자 해 10년만에 소중한 가족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고, 주변의 유혹에도 우미에에 대한 니시무라의 변함없는 사랑은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인들의 사랑에 비교해보니 더욱더 숭고해 보였다. 14년전의 사고를 각자의 시각에서 따로따로 보더라도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었으며, 엄마의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는 결국 딸의 죽음과 아버지의 자살로 이어지게 만들었으니 그렇게도 사랑하는 가족이었으나 결국은 그 사랑의 결말은 비극일 수 밖에 없었으니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매번 추리소설을 읽으면 먼저 추측하곤 하는 게 '범인이 과연 누구일까?'라는 것이다. 읽으면서도 궁금했고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추측을 하곤 했지만, 결국 범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정말 의외의 사람으로 밝혀졌다. 린타로 자체의 뛰어난 추리력도 놀라웠지만, 만나는 인물마다 제공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들은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줬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극강의 몰입을 제공해주기에 충분했다. '노리즈키 린타로'시리즈 세번째 소설이자, 가족의 비극을 다룬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시리즈라고 한다. 책을 덮는 순간 작가의 다른 소설 시리즈를 찾게 되는 걸 보니 극찬받은 이유를 알게 된듯하다.
기억에 남는 문구 몇 가지를 기록해본다.
- 나는 지금도 확신한다. 요리코는 누구보다 행복해질 권리를 갖고 있다고. 그건 나와 아내와, 그리고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아들의 몫이었다. 그걸 요리코의 손에서 빼앗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중략)... 오늘 우리는 느닷없이 배신당했다. 가장 비열한 배신이다. (p.12)
- 사랑의 증오와 인간 존재가 지닌 죄에 대한 경외감은 다르지 않았다. (p.389)
- 육체를 잃은 여자, 당신은 스스로를 관념의 괴물이라 불렀다. (p.415)
- 당신은 요리코의 마음의 균열에 무서운 망상을 불어넣었다. 당신에게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잃어버린 14년 동안의 과업이었다. (p.415)
- 폐허처럼 고립된 사랑, 그게 당신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형태란 말인가. 그런 것에 사랑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단 말인가. (p.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