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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에 대한 기록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는 물론 현재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급기야 WHO는 팬데믹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이 바이러스로 인하여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요즘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읽힌다는 뉴스를 보고 나 또한 그동안 세계의 역사에서 전염병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가 궁금해졌었고, 그러던 찰나 나의 요즘 관심을 대변해주는 듯한 제목의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라는 이 책은 세계사를 이끈 세계적인 지도자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이 지닌 치명적인 질병과 더불어 세계적인 유행성 전염병에 대한 역사적 기록물 중심으로 바빌로니아에서 죽음을 맞이한 알렉산드로 대왕을 시작으로 고대로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시대적 순서에 맞춰 기술되어 있다. 한 거물급 정치인이나 지도자의 질병이 역사의 진행방향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지만, 그들로 인한 역사는 분명히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할 사실임에 분명하다. 만약 그들이 그 병을 겪지 않았더라면 세계사 또한 다른 변화를 상상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또한 페스트나 콜레라, 천연두와 같은 세계적인 유병성 질병은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으므로, 이러한 질병에 대해 이해와 고찰이 당시 역사를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 번 정도는 반드시 다뤄줘야 할 분야로 여겼다고 생각해 이 책을 썼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카이사르로 시작해 네로와 엘라가발루스 그리고 정신이상증인 로마황제를 대변하는 이름이 되어버린 칼리굴라까지 수많은 정신병에 걸려 고통받았던 로마황제들이야기, 메리튜터의 상상임신을 다루면서 헨리8세와 그의 여섯부인에 다룬 튜터왕조의 이야기는 언제들어도 현실감없는 소설같은 스토리로만 느껴져 책을 읽는 이들에게는 항상 흥미로움을 더하게 한다. 또한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사망하게 만들었던 온 몸이 검게 변한다고 하여 흑사병이 진노한 신이 세상에 주는 벌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은 현대 몇몇 특정 종교인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흑사병이 유대인에 대한 음모론으로 이어져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그런 이면에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급감이 식량문제 해결과 제한적 자원의 효율적 사용 그리고 기술혁신을 통한 노동력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끌어냈다는 보고는 개인적으로 너무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져 씁쓸했다.
매독치료목적으로 린넨천으로 만든 작은 덮개가 콘돔의 근원이 된 것과, 네로황제가 검투장을 찾을 때 유색돌멩이가 안경의 근원이 된 사실, 젖짜는 여인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유젖 바이러스를 주입해 예방접종이 시작된 계기나 존스노우가 콜레라가 식수랑 관련된 사실을 발견해가는 과정 또한 굉장히 흥미로웠고, 공중위생이 상당히 발달한 로마문화에서 공중화장지 대신 막대기에 헝겊뭉치를 달아 공동으로 함께 사용했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끔직하게 느껴졌다. 그외 결핵, 통풍, 에이즈 등이 소개되었으며, 레닌이나 히틀러, 루스벨트, 케네디 그리고 프랑스의 최장수대통령인 미테랑까지 권력자들의 이미지를 위해 철저히 보안에 부칠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공감이 갔다.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병에 걸린다. 누구도 완전할 수 없다. 그리고 과거와 같이 현재에도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와 같은 새로운 병원균이 계속해 생겨나고 있으며 인류는 이를 퇴치하고자 보이지 않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질병들이 바꿔놓은 세계역사의 흐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으며, 매 페이지마다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이 가득해 지겹거나 어렵지 않을 뿐더러 개인적으로는 아이도 그렇고 나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읽어볼 흥미로운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