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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텍 ㅣ 이삭줍기 환상문학 2
윌리엄 벡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림원 / 2020년 2월
평점 :

1700년대 후반 유럽에서 당시 아라비아풍의 환상문학장르의 고딕소설은 문학의 비주류였었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비이성적 소설이라 당연히 폄훼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갔을 법한 사실이다. 고정관념이 뿌리박혀 주류가 원칙이고 중심이었을 문학분야에, 야만적이면서 엉뚱하고 관능적인 요소가 다분한 이국적 배경의 이슬람국가의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런던의 대부호의 상속자인 작가 윌리엄 백퍼드가 쓴 창작소설 <바텍>은 기발하고 생동감 넘치고 섬세한 묘사의 아름다움에 상상력이 더해져 고딕소설분야의 최고 걸작품으로 꼽히는 소설이었다고 한다.
오늘 읽은 책은 <바텍>으로 이슬람 국가의 칼리프인 바텍이 정통파인 위대한 예언자 무함마드를 부인하고 이슬람교를 혐오해 신의 노여움을 사 지아우르의 알선으로 타락천사이자 사탄인 에블리스의 지하의 궁전으로 가 저주받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끝을 모르는 씀씀이와 탐닉의 끝을 보여주는 화려한 바텍의 궁궐과 다섯 채의 별궁 묘사는 마치 동화 속 그림처럼에서나 가능할 법한 모습을 상상하게 했고, 바텍이 점성술도 썼다가 상금도 주겠다고 했다가 수염을 태우는 벌 등으로 사브르 날에 새겨진 글자판독을 위해 애를 먹는 장면, 그리고 감옥에 가둬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아무리 찾아다녀도 찾을 수 없어 약올라하는 등 지아우르에게 매번 당하는 장면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무엇보다 지아우르가 공처럼 변해 공차기하기 위해 바텍 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밀치고 달려나가는 장면들은 박진감 넘치면서도 긴장감있게 그려졌고 군중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과장된 요소가 없지 않게 희화화되어 이 책에서 손꼽히게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였다.
지하세계로 가기위해 백성들의 재산을 징발하고, 지하의 궁전으로 가고자 아이들 50명을 속여 재물로 바치고,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면서도 굴첸루즈에게서 누로니하르를 빼앗아 버리는 칼리프 바텍은 지배자로서의 도리와 책무는 고사하고 절제를 모르고 오로지 본능과 욕망만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며, 그 동안 소설에서 보아왔던 정형화된 인물과 행동들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던지라 다소 신선하다는 느낌마저 들게했고, 이러한 부분들이 이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아닌가 싶었다.
어머니 카라티스 역시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였으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들과 대립되는 부분에서 섬뜩함 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에블리스의 지하 궁에 도착했으나 그들의 운명 역시 이전의 왕들이나 솔리만과 다르지 않았으며, 심장에 불이 붙어 영원히 죽지 않아 괴로움을 겪으며 배회하게 되는 운명은 어쩌면 그동안 제어하지 못한 정열과 잔혹한 행위에 대한 당연한 벌이 아니였나 싶다.
읽고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굉장히 독특한 이야기였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흐름도 달랐고 스토리 구성도 상상을 할 수 없는 엉뚱한 방향으로 풀어가 도무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읽는 내내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겼던 기억이 난다.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라는 다 읽고 나니 더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으며, 이런 파격적인 스토리와 구성들은 오히려 요즘 감성과 흐름에 더 어울릴법한 이야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작품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