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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익스체인지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요즘 한국문학에서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유망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매달 월간으로 출간되고 있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 두번째 작품은 최정화작가님의 <메모리 익스체인지>였다. 전작 <흰 도시 이야기>에서도 전염병에 걸린 도시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갖게 했었던 작품으로 인상적이었던 터라 이번 신작 <메모리 익스체인지>의 이야기가 누구보다 궁금했었다. 인터넷 서점가에서 본 소개글로 먼저 만난 이번 작품 역시 그 공간이 화성으로 바뀌긴 했지만 전작처럼 SF소설로, '기억'이라는 주제를 다룬 점에서 유사성을 발견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해 주었다.
<메모리 익스체인지>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지구를 벗어나 화성에 이민자 신분으로 입국을 하게 된 지구인이 아이디얼 카드가 없이는 입국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정보와 모든 기억을 화성인에게 완전히 넘겨 기억을 제로화하고, 자신 역시 화성인으로서 메모리 익스체인지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총 3부로 1부에서는 화성에 도착한 지구인으로서의 니키의 이야기, 2부에서는 니키와 기억을 교환하고 화성인 중 최하층 계급으로 제로화 구역에서 수용되어 사는 반다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도라라는 이름으로 반다가 화성인으로 살고 있는 니키를 찾아 서로 기억의 상호교환을 나누는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소설 속 메모리 익스체인지사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입력시켜 새로운 삶을 찾게 해주는 꿈과 희망의 회사로 소개되었지만, 실상 니키도 반다도 도라도 모두 바뀌어진 기억에 혼란을 느끼며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가지며 행복하지 않았고, 과거를 읽어버린 삶이 아무리 충만하고 만족하더라고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공감이 갔다. "내 기억을 가지고 자신을 잊은채 살기를 바라지 않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당신 기억을 당신에게 주고 싶어요."(p. 105)라고 반다가 도라라는 이름의 니키를 찾아가 죽기 전 던지는 말에는 저절로 숙연해지며 극적인 감동을 주었다.
에필로그에 작가는 제주 난민에 대한 우리들의 서툰 반응을 이 소설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화성인에게 지구인은 이방인일 수 밖에 없었고 결코 화성인일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가 난민들을 대할 때 역시 우리의 이익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의 공존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삼촌이 니키에게 했던 "사람들이 널 어떻게 대하든 간에, 넌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야."라는 말에 대한 기억과 울림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계속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