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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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책처럼 이어령 선생님도 우리도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다룬 12권의 <한국인이야기>책을 집필해야겠다는 계획을 잡으셨고 그러던 찰나, 두 번의 암선고로 인한 10여년 간의 투병생활이 발목을 잡아, 희수를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그 첫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 탄생 :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한국전쟁도 겪고 급성장한 경제상황도 모두 겪으신 그가 본 우리 한국인들, 그리고 그가 말하고 싶었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무엇일지가 일단 무엇보다도 궁금했었고, 그 첫번째 이야기 <너 어디에서 왔니?>라는 우리 모두의 '출생의 비밀'의 비밀이 밝혀진다는 소개글 역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여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꼬부랑 할머니부터 소개가 된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가 어릴적부터 부르고 들었던 '꼬부랑 할머니의 열두고개'라는 노래는 요즘 유치원 아이들 입에서도 여전히 오르내리며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며, 내가 훗날 부모가 되어 부모의 과거였던 시간이 내 훗날 미래의 시간이 되더라도 우리는 오늘처럼 꼬부랑할머니를 기억할거라는 말은 여운이 되어 계속 내 가슴 속에 남았다. 그리하여 이 책 <탄생 : 너 어디에서 왔니>편은 꼬부랑 할머니가 열 두 고개를 넘는 것에 착안해 엄마 뱃 속이야기부터 아장아장 걸어 아이가 나들이를 갈 나이가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태명 고개, 배내 고개, 출산 고개, 삼신 고개, 기저귀 고개, 어부바 고개, 옹알이 고개, 돌잡이 고개, 세 살 고개, 나들이 고개, 호미 고개, 이야기 고개, 이렇게 총 12고개로 구성을 하였다.

책을 읽으며 2001년~2007년 사이에 유행하면서 자리잡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있는 태명이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인 것을 알고 놀라웠고, 점차 세계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배냇 저고리의 숨겨진 의미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세는 나이에 대한 이야기, 고래 이야기와 함께 미역국에 담긴 깊은 뜻과 호모파티엔스로 불리는 고통의 끝을 보여주는 출산 이야기, 동해용왕의 딸 삼신 이야기와 아시안들만의 점유물처럼 느껴지는 몽고반점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몇 년 전 인기드라마 '도깨비'이야기 속 삼신할머니를 함께 엮어 풀어간 점도 흥미로웠다. 서양문화의 스와들링과 기저귀와 포대기를 함께 비교해가며 문화차이를 비교한 점, 돌잡이와 옹알이 그리고 세 살이 주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며 공감이 가게 되었다. 산삼을 뜻하는 '달래마늘의 향기', '소금장수 이야기', '해녀' 그리고 '호미'도 우리만의 고유한 채집, 농경문화이야기라는 사실도 참신하게 다가왔으며, 그 외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는 '상어가족'노래 속의 다양한 의성어, '막~', '~랑'처럼 우리 고유의 말 이야기도 우리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져 더 아끼며 적절하게 잘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한 손에 호미, 또 한 손에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지금의 우리 한국인을 대표하는 모습이라는 말에 공감이 된다. 과거와 현재의 우리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하고 조금씩 바뀌게 되겠지만, 우리 민족의 뿌리와 그 근본정신은 언제고 항상 우리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리라고 믿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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