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vN의 '요즘책방: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에게 정말 유익한 요약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나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구지 본방사수를 못하더라도 어떤 책이 소개되었는지 정도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라도 챙겨보게 되는 유익한 독서정보 소식통이다. 지난 2월4일에는 네델란드 동인도 소속 선원인 하멜이 일본으로 항해 중 폭우로 난파되어 13년 20일간의 억류생활을 상세히 기록하여, 조선을 서양에 최초로 알린 책으로, 그 사료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하멜표류기>가 소개되었다. 사실 학창시절 <하멜표류기>에 대해 여러 번 들어왔었고,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에도 박물관에 들렀던 기억은 있어도, 막상 이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났다.

우선 서양인의 눈으로 본 1600년대의 조선은 너무도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목적으로 들른 것도 아니고, 난파와 표류 끝에 억류되어 낯선 땅에서 강제 노역, 강금, 유형, 태형, 구걸을 경험하며,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 채로 제주도, 서울 그리고 여러 지역을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던 터라 그에게 조선은 깊은 인상을 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의 경험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최대한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기술을 했다고 할 수는 있으나, 그가 겪은 고생과 경험이 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음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임에는 틀림없고, 당시 시대상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의 시선이었던 상황임을 알고 읽으니 처음에는 눈에 다소 거슬리게 다가왔던 표현들도 점점 더 편하게 읽히기 시작했다.

1부는 난파와 표류에 관한 기술을 적은 '하멜일지'를 중심으로 출항일부터 본국으로 귀송될 때까지 14년간의 상황을 연도별로 일기형식에 빌어 기록을 하였으며, 두 번의 탈출 실패 후 배를 구해 일본으로 탈출하고 난 후 '나카사키 부교의 질문과 우리들의 답변'을 함께 묶어 두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남북의 여러 지역을 끌려 다니며 당시 조선의 지리, 풍토, 산물, 정치, 군사, 풍속, 종교, 교역, 교육 등에 대해 깊은 인상과 풍부한 경험을 살려 '조선국에 관한 기술'을 실었다.

TV에서 소개된 방바닥이 난로이고 방이라기보다는 온실이라고 소개하는 온돌 부분도 공감이 되었지만, 장님 점쟁이와 무당이 의사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개는 당시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의 눈에는 네델란드 필기체의 글씨로 충분히 보여졌을, 배우기 매우 어려웠다고 소개되는 한자는 충분히 지금으로서도 이해가 갔다. 남녀불평등과 철저한 신분제도의 불평등은 물론이고, 범죄와 태형에 대한 기술은 잔인함과 끔찍함을 넘어서 상상조차 하기 무서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리하고 세밀한 관찰력과 표현으로 당시의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부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를 칭찬하는 부분들도 물론 있었지만, 우리를 욕하는 글을 보면 막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음은 인정할 밖에 없었다. "그들은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하고, 속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들은 그다지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됩니다. 남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잘 했다고 생각될지언정 부끄러운 일로 취급되지는 않습니다."(p.165)라고 적힌 글을 보고 사실 광분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더 그랬다. 하지만 몇 년간의 흉년이 지속되고 굶어죽어 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되고 있던 시대상황을 고려해보면, 우리 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는 합리화로 우리 선조들에게 나를 이입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시대가 너무도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당시의 정치제도와 생활상을 구지 비교해볼 필요도 없이 우리가 얼마나 눈부신 발전을 했는지도 자명하게 알고있다. 1600년도 중반의 하멜이 소개해 준 우리나라의 사실적 소개와 실상은 매우 귀중한 역사적인 자료로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다시 202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그를 초대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기록해 다시 한 편의 <하멜의 표류기>를 기록해보면 우리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 책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라는 허무맹량한 상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