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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학창시절에 읽었던 <올리버 트위스트>를 현대지성클래식에서 새롭게 출간한 근사한 표지의 책으로 다시 만났다. 영국인들이 그토록 자부심을 갖게 한 당대에도 최고의 인기작가였던 찰스디킨스는 당시 <벤틀리잡지>의 편집자로 24개월간 매달 자신이 연재한 연재분을 묶어 다시 세 권짜리 소설로 출판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장편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3권짜리 소설을 총 3부로 나누어 600페이지가 넘는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특히나 당대 최고의 삽화가였던 조지 크록생크의 삽화 24점이 함께 수록되어 소설을 이해하고 읽는 재미를 배가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1830년대 영국런던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고아소년의 파란만장한 인생여정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계층간의 불평등이나 산업화로 인한 각종 폐해 등을 찰스 디킨스만의 생생한 어법과 묘사 등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범죄자이거나 런던의 하류층으로 가장 추하고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가운데에서도, 세속의 희생양이었던 올리버에게서 완절무결하게 순수하고 선한 가치가 승리한다는 것을 책에서는 보여주고자 한 듯하다,
책의 1부에서는 구빈원을 중심으로 천애고아인 올리버의 성장배경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주로 그려진다. 구빈원은 이미 부패의 온상이 되어 죽을 더 달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장의사에게 팔아버리고, 도제생활을 하던 중 그마저도 질투어린 시선 때문에 모함을 받아 위기에 처해 도망을 가던 도중, 브라운로씨를 만나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인생 최초의 평온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 그려진다. 하지만 브라운로씨의 심부름을 나왔다가 낸시에 의해 소매치기소굴로 다시 붙잡혀 들어가며 소설은 위기를 맞게 된다. 또한 그림으로 만나게 되는 엄마와의 첫 대면과 출생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곳곳에 숨겨진 복선들은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도제생활을 못견디고 달아나는 중에 병에 걸려 곧 죽을지도 모르는 구빈원 친구 딕이 올리버에게 "하느님이 지켜주실거야"(p.91)라는 이 말이, 올리버가 평생 처음으로 듣는 축복의 말이자, 이후 온갖 고난과 역경, 변화 속에서도 이 축복의 말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당시 주변상황에 대한 울분과 분노를 느끼게 되었고, 같은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가슴이 아팠다.
제 2부에서는 페긴스의 명령으로 올리버는 다시 사익스와 도둑질을 하러 가던 중 총을 맞으며 쓰러져 버려진 채 결국은 붙잡히게 되지만, 메일리부인과 로즈의 도움으로 풀려나 그들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글도 배우고 책도 읽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한편 올리버 엄마의 죽음과 출생의 비밀을 알려준 산파가 죽으며 남긴 올리버 엄마의 금을 간호부장인 코니부인은 훔치게 되고, 돈에 눈이 멀어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 범블씨는 구빈원을 그만두고 고아농장의 원장이 된다. 또한 올리버를 쫓아다니는 멍크스의 등장과 페이긴의 올리버를 향한 집착은 소설의 갈등과 위기감에 극적으로 몰아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멍크스가 범죄조직의 핵심인 페이긴을 만나고 다니는 이야기를 올리버와 함께 지내고 있는 로즈에게 몰래 전달한 것이 밝혀져, 낸시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익스에게 총으로 머리를 맞아 죽음을 당하는 부분은 이야기를 절정에 달하게 했다. 멍크스가 등장할 때마다 위기감이 느껴졌으며, 낸시의 죽음은 너무도 안타까웠고 가슴이 아팠다. 올리버의 출생에서부터 등장하는 가족사는 진짜 구구절절한 사연이 가득했으며, 멍크스와 로즈 그리고 브라운로의 관계가 하나둘 실타래처럼 풀려가는 과정도 아주 흥미로웠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착하고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올리버가 세속의 희생양으로 그려져 계속 당하고 밟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너무도 답답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결국 악당과 나쁜 사람들은 처절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설정은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과 아울러 암울하고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역경을 이겨내어 행복을 맞게 되는 올리버의 결말은 책을 읽는 독자인 나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더불어 우리가 고전문학이 지금껏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일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느끼게 됨과 동시에 오랜만에 책을 읽는 재미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은 <올리버 트위스트>와 행복한 며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