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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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디스 위튼(1862년~1937년)은 <순수의 시대>라는 작품으로 여성최초 퓰리처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고, <기쁨의 집>이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소설, 단편, 시, 여행기, 회고록 등 다양한 작품활동에 참여 하였다고 한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하여 출간하게 된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의 <올드 뉴욕>은 작가의 장점으로 알려진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문장과 그녀 특유의 예리한 감정묘사를 특히나 잘 드러낸 특징을 보여주는 책이라 보여진다. 앞서 작가 소개글에서 읽었던 내용은 접고서라도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럽고 화려함만으로도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해보여 책을 펼치기도 전에 책 속이 궁금해지는 참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과거 뉴욕을 배경으로 한 <헛된 기대>, <노처녀>, <불꽃> 그리고 <새해 첫날> 이렇게 총 4개의 단편을 엮어 만든 책이다.

첫 번째 작품 <헛된 기대>에는 아버지가 자신의 가문의 부와 영광을 지속시켜 줄 것에 대한 아들에 대한 기대를 담은 이야기이다. 당시 어엿한 성인남자가 되고자 하는 가문의 젊은이라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다른나라의 사회구조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을 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그 여행을 통해 아들 루이시가 유명인들의 편지 추천서를 모으고 여행용 마차와 수많은 부속품과 미술작품들을 사모아 자신의 레이시 가문을 더욱 번성하게 이어나가 주길 아버지는 기대했다. 하지만 엄청난 돈을 쓰고 걸작품이라고 아들이 구입해 온 것들은 아버지의 기대에 형편없이 못미치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 트리시와 결혼을 하는 등 매번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더니 결국 아버지의 걱정대로 가문은 급격히 몰락을 하게 된다. 과거나 지금이나 부와 명성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고, 부모자식간의 '기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다.

두번째 단편 <노처녀>는 성공하고 부유한 가문의 델리아와 자신의 사촌 노처녀 샬롯의 이야기다. 샬롯이 델리아가 한 때 마음을 품었던 틀레멘트 스텐더 사이에서 아이를 낳지만 아이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자선단체에 맡기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델리아는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샬롯과 함께 데리고 와 함께 키우는 과정에서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평생을 자신의 아이지만 자신의 아이라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없는 입장과 그로 인해 결혼도 할 수 없는 그녀의 기구한 운명은 100년 전 그 당시이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여겨지며, 엄마로서의 삶도 여성으로서의 삶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이 살아야 하는 노처녀 샬롯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세번째 작품 <불꽃>은 한 젊은이가 아버지 세대 나이뻘인 헤일리 딜레인이라는 멋진 남자를 알게 되면서 그를 진정으로 존경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존재로 느끼는 과정들을 담은 이야기로 현대에도 헤일리 같은 남자가 있다면 분명 매력적이고 존경스러울 만큼 멋진 면모가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 <새해 첫날>은 새해 첫날 5번가 호텔에서 불이 나는 과정에서 벌어진 두남녀의 불륜 사건을 다룬 이야기인데 리지 하젤딘이 말하는 이야기 후반부는 반전이면서 제법 감동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필요해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그녀의 변론이 여전히 납득이 잘 안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올드 뉴욕> 속 4가지 이야기 모두 나의 흥미를 자극시켰고, 당시의 사회적 현실과 그 속에서 갇혀있는 그들간의 내적자아가 대립 되는 듯한 이야기 구조는 100년이 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올드해보이지 않고 재미있었다. 그녀의 부유했던 성장과정의 삶처럼 그녀의 글은 대부분 당시의 상류층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어릴 적 읽었던 로맨스 소설 속의 멋진 남녀 주인공들의 이야기마냥 미화되어 보여 순간순간 설레는 부분들도 많았다.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세련된 심리묘사와 감정선들이 더욱더 이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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