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성인범죄를 능가하는 잔인하고 끔찍한 청소년범죄에 대해 그 처벌기준을 강화하자는 여론을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아무리 소년이라도 나쁜 짓을 했으면 공평하게 처벌을 받아야지 왜 구지 미성년자는 법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양날의 검과 같아 단순하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책 <서브머린>은 12년전 <칠드런>작품에 등장했던 까칠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괴짜지만 누구보다 마음 따뜻한 진나이와 성실하고 순진한 무토가 다시 등장한다. 그들은 소년사건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일을 하는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등장해, 4살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고, 10년전 폭주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친한 친구를 눈 앞에서 잃은 소년이 19살이 되던 해 당시 친구를 죽인 가해자를 죽일 목적으로 차를 몰다 차앞으로 돌진하는 개를 피하다 엉뚱한 사람을 사망하게 만든 다나오카 유마라는 청소년의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어떤 슬픔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그의 내면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 그 뿌리는 슬픔의 나무로 자라 가지를 흔들어 감정을 휘저어 놓겠지'(p.123)

가족을 잃고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유마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사람을 차로 친 놈을 똑같이 치면 왜 안되는 데? 이상하잖아.'(p.201)

그의 복수는 그저 단순했다.

'어차피 너희 어른들은 언제든 그 자리만 모면하기 급급해서 말뿐이잖아,라고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마치 내가 손가락질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p.213)

무토의 말이 어른인 나를 향해 하는 손가락질 처럼 느껴졌다.

'운전 실수로 부딪혀 누군가 목숨을 빼앗은 자와 살의를 가지고 범행직전 방해를 받아 실행에 못 옮긴 자 중 누가 더 나쁜가?',' 운전실수로 사람을 친 사람과 복수하려다 잘못해 다른 사람을 친 사람 중 누가 더 나쁜가?', ' 눈 앞에서 사람을 죽이려는 인물을 벼랑으로 떨어뜨리는 건 괜찮지 않을까?', ' 범인이 아이들을 해치려 했다면 그 범인을 죽이는 건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친구의 복수를 위해 난폭 운전을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처벌받는 걸 알지만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선뜻 누가 더 나쁘고, 또 그렇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흉악범죄를 저지른 악인이라도 그의 목숨을 빼앗아도 된다고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벌은 법에 맡겨야 하는 거라 본다.

진나이가 와카바야시처럼 의도치 않게 사고를 내고 죄책감에 구조대원 자격증도 따고 나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며 그에게 하는 말에 희망을 얻었다.

'귀찮아 죽겠지만, 모든 사안을 기계적으로 엄벌에 처할 수 없어. 왜 그런지 알아? 너 같은 녀석들도 있으니까.'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책에서 무거운 현실 앞에서도 진실하고 진지하게 아이들을 걱정해주는 무토씨와 무심하고 시크한 듯 하지만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고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찾아주고 해결해주었던 진짜 멋진 어른 진나이씨가 밝은 미래를 비춰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서 책을 읽는 내내 많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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