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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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내게 굉장히 낯설다. 노르웨이 문학의 분위기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먼저 프롤로그를 훑어 봤더니 노르웨이 기존 문학은 대개 무겁고 침울하고 진지하고 심각하며 슬픔을 담고 있다고 한다. 제목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이라는 책은 제목부터 기존 노르웨이 문학의 진지함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불행이라는 것이 어떻게 멋질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열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잉그리 빈테르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친다. 변덕스럽고 별나고 평상시에도 불안감이 아주 심한 성격이었다, 학교회의를 무척이나 싫어해 회의를 아예 참석하지 않거나 회의중에도 나오는 것이 허다하고, 논문쓰기나 연구도 제대로 안해 이런저런 컨퍼런스 참가로 이를 대신하고, 학과목 코디네이터의 성과도 미비해 물러나야 했고, 학교 내의 사람들과의 관계조차 엉망인지라 학과 구조개혁시 이직 1순위에 꼽힐 정도로 직장 내에서 입지도 위태로운 상태다. 딸 셋을 키우며 아이 유치원에서 옷에 쏟은 와인 때문에 알코올 중독을 의심받아 아이 등하교도 아빠에게 맡겨져야 했고, 사고 싶은 집을 예상자금보다 100크로네 이상을 더 주고 낙찰받았지만, 자신들의 집은 팔리기는 커녕 부동산 시장은 그녀가 집을 사는 것과 동시에 하락세를 맞게 되는 그야 말로 그녀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학부개편 반대를 위한 교사들 모임에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반하게 선동역할이 되어 버렸고, 학생들의 강의불만 등으로 학과장은 결국 그녀를 새집으로 이사가 얼마 안남은 상황에 러시아 국립대학으로 협력학교 자매결연을 맺어오라는 특명을 내리며 그녀를 러시아로 보내게 되는 데, 그곳에서 알게 된 잘생긴 푸틴 이반과의 관계, 성화분실사건에 엮이며 이야기는 극에 달하게 된다,

이 책의 작가는 기존 노르웨이 작품들처럼 단순히 비참하고 우울하고 딱한 존재로 그녀를 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성격과 인간성에 매료되어 코미디처럼 웃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명 웃픈 좌충우돌 일상을 재미있게 그려내고자 했다고 한다,

약속시간을 한참 지난 후에야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을 복제인간이나 불량품으로 표현한 부분, 자신의 사무실 문앞에 컨퍼런스 강의자료 준비를 하려고 '시험중'팻말걸기, 러시아비자 신청시 마피아양복차림의 남자가 악어밥이 될 운명이라는 생각, 거북이를 보고 외할머니를 닮았다고 생각해 그 이후 고기를 못먹게 되어 비타민 부족해 어지럼증을 호소하게 된 사연 그리고 러시아 학과장의 국보급정도로 귀하디 귀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성화 그림이 학과장 내연녀가 준 단순한 선물이었다는 헤프닝 그리고 자신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발표하는 자리를 성화 그림 때문에 죄를 진 자신들이 재판장에 서게 된 상황으로 인지하는 등의 장면들은 그녀만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성격을 묘사해주는 이 책만의 특징이 아니였나 싶다.

그녀를 보는 내내 사실 나는 아이를 길 가에 내 놓은 부모 마음이 된 기분이었다, 짠하고 안쓰럽고 연민마저 들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잉그리 빈테르 그녀 자신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보는 시선과 상황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어 나갔을 뿐 사실 그녀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여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내 이웃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밖으로 드러내느냐, 표현을 하느냐의 차이지 그녀는 사실 나와도 많이 다르지 않았다,

일상의 순간들이 그녀를 힘들게 하고 매일이 위태롭고 불안해보여 그녀를 자칫 불행하게 보일 수는 있어도, 결과론적으로 이 이야기는 불행을 담고 있지는 않다, 총 3부작 중 첫번째 소설인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도 기대하게 되는 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멋진 그녀라서 잉그리를 열렬히 응원하며 책을 덮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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