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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세계사 - 마흔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역사지식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특한 형태의 세계사책을 접했다. 기존의 세계사는 연대, 인물, 사건을 중심으로 한 사실을 나열한 책들 위주였다면, 이 책은 좀 달랐다. "정확하게 쓰는 것과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 중 어느 쪽이 중요합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입니다."라는 대답한 일본의 서양경제사 대가인 오쓰가 히사오가가 한 말 을 작가가 인용(p.290)했듯이 이 책은 역사적 지식을 기반으로 해 작가의 생각과 주장이 절대적으로 많이 들어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책이었다.
특히 세계사를 통찰하는 관점을 총 7가지, 관용(Tolerance), 동시대성(Simultaneity), 결핍(Deficiency), 대이동(Huge Migration), 유일신(Monotheism), 개방성(Openness), 현재성(Nowness)을 기준으로 기술한 점이 독특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시대를 두루 다루고는 있지만, 작가가 고대 로마사 전문가이기도 하고 인간의 보편적 진리를 깨우쳐 주는 '고전'과 인류경험의 총체가 축약되었다보는 "세계사" 그 중 로마시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은게 특징이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치가 당시에는 높이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 실상 서양사의 뿌리에 해당하는 민주공화정을 표방하는 국가들은 모두 북한과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 증기기관과 자동문시스템의 원리가 로마시대에 존재했다는 사실 등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었고, 문명이 덜 발달한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풍요롭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갔다고 지적하며, 세계사가 철저히 유럽인들의 자치관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 단순히 문명의 발달로 푱요롭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만이 진정 좋은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선뜻하기 어렵다는 작가의 말에도 일정부분 공감이 되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 대가인 줄리언 제인스의 <의식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신의 목소리인 신탁을 우뇌에서 듣는다는 '양원정신', 중국이 거대한 하나의 나라이기 보다는 EU처럼 여러 민족의 하나의 집합체로 본국과 식민지로 구성된 나라라는 작가의 생각, 유럽인들의 마음 밑바탕에는 아직도 로마의 재현,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세계통합의식이 은연 중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작가의 주장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되어 보이는 표현으로 느껴졌다. 물론 그런 주장탓에 이 책이 더 흥미롭게 읽힌다는 점도 있었다는 간과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일본작가인지라 당시 시대상과 함께 일본상황에 대한 묘사가 중간중간 나온다. 예를 들면 고대문명이야기를 하면서 왜 일본에서는 고대문명이 탄생하지 못했는지 등과 같은 당시 시대상과 비춘 일본의 상황을 비교해가며 설명해주고 있다.
모든 역사는 현재일 수 밖에 없고 이 현재성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앞으로 인류가 해 나가야 할 역사적 명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잠깐 샛길로 빠지며 행복한 꿈을 꾼다. 로마 원로원과 대중, 고대 로마의 주권자인 로마인을 뜻하는 "S.P.Q,R"이라고 적혀있는 맨홀 뚜껑이 지금도 로마시에 있다니, 다음 여행 때에는 이 맨홀뚜껑을 열심히 찾아보리라며 혼자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