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벤야민 편지 - 1928~1940
테오도르 W. 아도르노.발터 벤야민 지음, 이순예 옮김 / 길(도서출판)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벤야민씨, 긴한 부탁이 있습니다. 들어주신다면 ‘파사주 개요’(오래전부터 불러온 이 제목을 두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데에는 영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에 대한 제 의견을 드리는 일이 한층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그 훤하니 넓은 여백에 연필로 초보적인 메모를 끄적이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읽는 순서대로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대로 드러날 것입니다. 귀하께서 연필로 된 부분을 지워 제거하시는 일이야 어려울 게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귀하의 허락 없이는 하지 않겠습니다.”

“귀하께서 가장자리에 연필로 쓴 내용을 읽는 순간은 긴장과 기대감으로 말할 수 없이 팽팽합니다. 정말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그 여백이 귀하를 초대하는 데 그런 긴박함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게 가장자리에 기입하심으로써 귀하는 현실적인 불가능성에 대한 대체재 하나를 지금 창조하신 것입니다. -제가 고대하는 바로 이 시점에- 개요를 두고 생기는 이런저런 물음들에 대해 귀하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방도가 없는 이때에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영향력이 공인받지 못한 공간에 유폐될 것임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