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파티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이비드와 헤리엇은 서로에게 끌려 사랑에 빠지고 런던 외곽의 허름한 호텔같은 3층 집을 소유하게 되면서 여섯명의 아이를 낳는 것에 서로 동의하며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데이비드의 아버지인 제임스의 경제적인 도움과 헤리엇의 어머니, 도로시의 가사와 육아의 도움으로 둘은 6년동안 네 명의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호텔같이 넓은 집에는 매년 여름휴가와 크리스마스 파티 등을 즐기는 가족, 친척, 동료들로 북적북적하고 그들은 그곳을 좋아한다. 데이비드와 헤리엇은 사람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꿈꾸던 행복한 가정생활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끼며 만족해하는데 헤리엇이 다섯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져간다. 비정상적인 성장과 움직임을 가진 태아로 인해 헤리엇은 예민해지고 지쳐가고 그로 인해 데이비드와 가족들의 관계도 조금씩 소원해져가는 가운데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난다. 힘이 세고 비정상적인 작은 괴물, 도깨비같은 아기 벤의 존재로 가족은 점점 힘들어지고 벤은 결국 요양소에 보내진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헤리엇이 요양소를 찾아가 열악한 환경에서 결박되고 약물에 젖어 죽어가던 벤을 다시 데려오면서 잠시 행복을 찾았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생각보다 큰 문제없이 중등학교까지 진학한 벤은 갱단과 어울리며 그들과 집에서 냉장고를 털고 tv를 보는 일상을 보낸다. 일에 지친 데이비드는 헤리엇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집을 처분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헤리엇이 벤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처음에는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인가 했는데 벤을 임신하고 부터는 약간 환상적인 느낌이 들면서 빠져들게 된다. 책을 덮고는 멍한 기분이 들었다. 멍한 기분을 분석해보자면, 이상적이고 행복해보이는 가정이 한 생명으로 인해 파탄나는데 선택의 딜레마와 속수무책인 상황에 안타까움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게 그나마 가장 근사할 것 같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하나의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설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내가 느낀 그대로 책을 평가하는 편인데 이 책은 참 어렵다.
술의 부작용을 더 많이 봐 온 나에게 ‘그래, 술이 이런 좋은 점도 있었지!‘하고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김혼비처럼만 술을 마시는 친구가 나에게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맨 정신으로는 하기 힘든 말들이라는 게 분명 있는 법이다.‘ 이 문장에서 한참을 있었다. 쌓여만 가는 말들을 꺼내놓으려면 술을 부지런히 자주 마셔야 할 것 같다.
스마트폰이 하나의 장기가 된 포노사피엔스와 디지털문명의 현실과 미래를 얘기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만을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회로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자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읽는 내내 문명의 발전이 과연 인간의 행복의 발전과 방향을 같이 하고 있는지의 의문을 떨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문명에 역변은 없다고 단언하는데 부정할만한 근거는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역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디지털문명의 편리함이 좋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와 빠른 변화에 지쳐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곱씹으며 읽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는 찾기 힘든 안식과 평온을 느끼곤 한다. 역변없는 문명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포노사피엔스답게 새로운 문명을 배우고 익히는 게 당연하겠지만 마음 속 안식처는 아무래도 월든 쪽인 건 나이때문인걸까? 그리고 저자의 조언들이 한발 늦게 뒤쫓아가기 급급한 느낌이 들었다. 예시도 이미 성공한 기업들 위주여서 결과가 성공했기에 과정도 훌륭한 것처럼 보여지는 것도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또한 급변하는 시대에서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도 보장되리란 법도 없을 것 같다.
쉽지만 심오하다. 그래서 멋있다. 소장하고 싶은 시집이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