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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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가 극심해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을 느끼던 2020년.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익숙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로 잔잔히 마음을 보듬어주는 힐링 소설이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만났던 또 한권의 책 『츠바키 문구점』

일본의 한적한 골목에서 만나는 작은 문구점.

낡은 목조건물과 다양한 연필에서 풍겨지는 나무 냄새가 좋아서 일본 여행할 때마다 찾아다니던 그런 공간이 그려져 있어서 읽은 동안 기분이 참 좋았다.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님의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이 한국 출간 10년만에 재 출간되어 만나보게 되었다.



수채화처럼 예쁜 달팽이 식당의 표지.

표지는 일러스트 작가 반지수님의 작품이다.

‘불편한 편의점’  부터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들의 부엌’ ,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까지 최근 내가 읽은 소설 표지의 대부분이 작가님 작품이라『달팽이 식당』과의 첫 만남은 낯설지 않았다.

내가 본 작가님의 일러스트는 공간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그 공간 속에 늘 소설의 등장인물이 담겨있다. 

이번 작품도 『달팽이 식당』과 주인공 린코의 모습을 담아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장면들을 쉽게 머릿속에 그려갈 수 있었다.




『달팽이 식당』은 주인공이 남자 친구와의 이별에서 시작된다.

남친과의 이별은 할머니와의 이별을 떠올리게 만들고 연속된 이별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달팽이 식당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는 린코의 모습을 보면서 매 순간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달팽이 식당을 다녀간 손님들에게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내용을 보면서 여느 힐링 소설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린코의 마법같은 메뉴들이 마지막까지 이러질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책을 1/3 정도 남긴 시점에 이야기는 또다시 린코에게 이별을 고한다. 이렇게 잔인해야 할까 싶도록 모든 것과 이별하는 린코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특별한 이별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의 삶에 대해 고민과 걱정을 하기도 했다.



『달팽이 식당』은 책을 읽는 동안 나의 모든 감각을 자극해주었다.

도시에서 린코의 본가로 가는 길을 통해 시각적인 묘사를 잘 표현해주었고, 다양한 메뉴를 눈으로 보면서 냄새와 맛을 상상해보았다.

엘메스와의 이별 장면은 이렇게까지 많은 분량을 차지해야했을까 싶으면서도 마지막에는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책속에 담긴 모든 에피소드가 그림을 보듯 상세하게 묘사되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부분과 다시 목소리가 나왔을때를 담은 부분이었다.

" 내 목소리가 투명해졌다는 것을.

목소리만 내 몸의 조직에서 쏙 빠져나간 것이다. 라디오 음량을 0으로 둔 것처럼. 음악과 소리는 나오는데 밖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

"드디어, 드디어 내 몸에 소리가 돌아왔다!

맛있어.

내 목소리는 목을 떨게 하고 혀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진 뒤 희미한 바람이 돼 내 몸에서 엄마가 있는 예쁜 우주로 날갯짓해 갔다.

고마워. "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면서 린코의 절망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목소리에 대한 묘사가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실제로 딱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끔 잘 표현된것 같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책의 마지막에 옮긴이의 글이 담겨 있었다.

번역하는 동안 참 행복했던 작품.

그래서 독자들에게도 그 행복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책은 읽는 동안 소설 속 인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참 재밌고 즐거웠다.

다양한 감정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고, 그래서 참 행복하게 읽을 수 있었던 『달팽이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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