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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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향형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있고, tvN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를 공감하며 보고 있습니다. 내향형과 민감함이 항상 함께 오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함께 가지는 경향성은 확실히 있는 듯해요. 이를 테면 "콰이어트" http://blog.yes24.com/document/7943594 라는 책을 보면 내향형인 사람은 감각적으로 민감한 사람이 많아 큰 소리나 혼란스럽고 복잡한 환경을 못 견디는 편이라고 합니다.
예의 드라마에 공감하는 이유는 홍보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타인 시선에 민감한 보스가, 그림자처럼 뒤에서 뛰어난 관찰력과 분석력을 발휘해서 문제 상황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기획하는 등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문제를 가진 사람을 뒤에서 지켜보거나 그의 말을 평소에 잘 경청하고 기억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큰 도움을 주지요. 사실상 활발하고 위트 있어 얼굴 마담 하는 사람보다 이런 사람이 조직에서 실세일 때가 많고요.
완벽할 수도 없으면서 완벽을 추구하느라 피로하고, 예민하다는 점까지도 스스로를 비난할 구실로 삼는 저입니다. 좀 더 심리적으로 건강한 2017년을 보내고 싶어요. '민감함은 고쳐야 할 성향이 아니라 개발해야 할 성향'이라는 저자의 논조에 몹시 공감되어 신청합니다."

 

이를 테면 목소리 크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내 귀 근처에서 말을 하고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하던 일에 집중할 수 없어서 이어폰을 꺼내 가사 없는 클래식을 듣는다. 커피는 점심시간 이후에는 마시지 않는데 오후나 저녁에 마시면 머리와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향인과 민감한 인간이 꼭 일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확연하게 내향인인 동시에 민감한 인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위안을 너무나 많이 받았다. 신청글에서 썼듯 민감함조차 자신을 비난하는 구실로 삼고 낮은 자존감을 가졌던 악순환을 선순환을 바꾸는 방법 등, 인지적으로 민감함이 가진 특성과 강점, 보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납득하게 함으로써 민감인들이 현대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책이다.

 

* 뇌에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예술가형??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대뇌피질'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화(발달? 진화?)하고 있다면 포유류-유인원-외향인-내향인 순서로 스펙트럼에 위치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저자는 내향인과 민감인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민감인 역시 덜 민감한 인간에 비해 발달한 부류가 아니겠느냐는 새로운 가설을 가져보았다. 한편 예로부터 예술가는 예민하다는 통념이 있어왔는데 적어도 오감에서 민감하기 때문에 좀 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창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보았다. 실제로 저자는 민감인이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상에서 의지를 내어 해야할 활동 목록을 소개하고 있는데 예술과 자연을 향유하는 활동이 꽤나 많다. 나는 이미 많은 활동을 일상에서 즐기고 있는지라 반가웠다.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다". 실제로 너무 예민하다는 비난을 많이 듣는 인생이라 슬펐는데, 어렸을 때보다는 지금 강점을 생각하며 좀 더 편안해진 편이고, 앞으로는 축복으로 여기고 강점을 키워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민감인에 대해 신생아 때부터 추적 연구한 내용들이 실려 있어 다소 길지만 옮겨둔다.

"신생아들도 감각적인 인풋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신생아들에게 빨대로 물을 마시게 하고 갑자기 물의 당도를 줄이면, 어떤 아기들은 그냥 순하게 물을 마시지만, 어떤 아기들은 매우 강한 반응을 보인다. 라 가스(La Gasse, 1989)는 2년 후 이 아기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강한 반응을 나타냈던 아기들이 다른 아기들보다 훨씬 더 수줍어하고 조심스러운 아기로 자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Jerome Kagan, 2004)도 그의 저서 "기질의 긴 그림자(The Long Shadow of Temperament)"에서 이 연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유전과 기질에 관한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제롬 케이건은 생후 4개월 된 500명의 영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대략 다섯 명 중 한 아기가 다른 아기들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 그는 이 아기들을 '내향적인 아기'로 표현했다. 그 아기들이 다른 아기들보다 더 경계심이 많고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그 아기들을 '반응성이 높은 아기'로 바꿔서 표현했다.

케이건이 사용한 반응성이 매우 높다는 표현은 새로운 인풋과 변화에 노출되었을 때, 더 높은 정도의 각성이 감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건은 이 아기들이 2세, 4세, 7세, 11세가 되었을 때 어떻게 달라졌는지 계속 추적했다. 그 결과 모든 경우에서 반응성이 높은 아이들이 항상 새로운 인풋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반응성이라는 용어를 외향적으로 반응한다는 말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고반응성은 내면적인 각성과 효과를 가리킨다... 울면서 팔을 흔들어대던 아기들이 시끄러운 십 대 청소년으로 자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들은 자기 또래들보다 인생에 대해 더 깊이 사색하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청소년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208-210쪽.

 

민감인들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내향인과는 다르다, 더 많이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한다, 혼자가 편하다, 자극에 대한 임계점이 낮다(작은 자극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필요 이상으로 양심적이도, 내면의 삶이 풍부하고 본능적인 영적 호기심을 가졌다. 완벽하고 치밀하다, 느리고 신중하다, 감각적인 것을 추구한다(차례 참조). 저자가 목사이자 상담가이다보니 4, 5장에는 자신이 지금껏 수행한 상담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민감인들이 잘 대화하고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 설명이 꽤 구체적이고 길었으나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나머지 부분들은 너무나도 공감되어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겠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냐며 자책하고 있을 세상 20% 민감인들에게 권한다. 남들은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강점을 선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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