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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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나나흰 5기 마지막 미션도서로 받아보았다. 개인적으로 생소하지 않고 익숙한 철학책이라 기뻐하며 받았다. 책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표지가 만화책(남학생들이 좋아하는 그림체) 같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책은 제목처럼 토론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발언하는 철학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발언할 때 만화 캐릭터를 함께 실어서 누가 발언하고 있는지 금방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이 점이 묘하게 가독성을 높여준다. 철학 교육을 하고 싶어하는 교사이다보니 이런 철학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학생이 읽기 적합한가'를 꼽는데, 이 책은 문제집보다 읽기 쉬우면서 사회적 쟁점에 대해 여러 철학자가 시대에 관계 없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등학생 수준에 강추할 만하다. 특히 윤리와 사상을 준비하는 학생이 철학사를 앞부터 뒤까지 주제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오래 학생을 가르쳤다는 저자는 책 하단에 해당 철학자의 대표적인 개념을, 각 장 말미에 철학자들이 주제에 대해 했던 핵심 주장을 요약 정리해주고 있다.

 

특히 재미있는 지점은 철학자의 대표 주장에 맞추어 성격이나 발언 방식을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 서열은 시대 순으로 정해 고대 철학자에게 근대 철학자가 존댓말을 쓰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자 대부분이 고집 있고 자신의 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고대 철학자에게도 썰전 마냥 막말을 하면서 대들기도 한다. 도덕 교사이고 칸트에 관심이 있으니 아래와 같은 내용은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칸트와 토론하는 사람들은 칸트를 너무 이상적인 생각을 가진, 자신의 동네에서 벗어나지 않고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할 정도로 꼬장꼬장한 인간으로 대하고 있다. 그러한 반응에 대해 칸트는 다음과 같이 항변한다. 가장 고지식한 삶을 살았지만 가장 자율적이었기에 자유로웠다던 칸트를 재발견한다. 도덕 시간에 중학생에게 이런 아이러니를 설득시키기가 어려웠다는 생각이 든다.

"칸트: 섭섭한 말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오직 실천이성의 도덕 명령에 따름으로써, 다시 말해 스스로의 규칙에 구속당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안이함을 배제하고 늘 자율적으로 의무에 따르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입니다." 54쪽.

 

"충돌하는 세계관" 스터디를 하고 있을 때 읽어서 키르케고르의 인간 발달 3단계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석사 때 미학으로 논문을 쓰면서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해 고민했다. 아름다움보다 숭고함이 높은 단계에 있으며 미적 인간이 도덕적 인간으로 '고양'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취했기 때문에, 키르케고르의 아래와 같은 주장은 언제고 꼭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키르케고르: 인간은 누구나 쾌락을 통해 질적인 비약을 추구합니다(미적 실존).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인 쾌락이라는 데 절망합니다. 금방 싫증을 느끼고 따분해지고 우울한 기분에 빠지죠. 이 대목에서 선배님의 변증법 논리를 좀 빌리겠습니다만, 그래서 인간은 미적 실존 상태와 결별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다시 말해 스스로 계단을 올라가는 거지요. 인생은 에스컬레이터처럼 저절로 올라가는 계단이 아닙니다...

'미적 실존' 상태에 절망한 인간은 결단에의해 가족이나 직업을 갖고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윤리적 실존'으로 비약합니다. 양심을 갖고 엄수갛게 살아가는 태도를 취하지요. 그러나 이때도 인간은 '윤리'에 부합하지 않은 스스로를 계속 책망하고 절망합니다...

완벽한 인간은 없으므로 인간은 반드시 절망합니다. 그리고 이성에 비추어 부조리한 종교적 진리, 신앙의 진리로 다시금 비약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때 인간은 '신'앞에 오로지 혼자 서 있는 실존적 단독자가 되어 주체적 진리를 획득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스스로의 결단을 통해 우리는 미적 실존,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으로 비약해가는 거죠..." 136-138쪽.

 

논쟁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을 여기 다 옮기는 일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 책은 아래와 같은 주제들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각 쟁점에 대해 대표적인 철학자들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철학책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에 대해서는 그런 걱정을 내려놓아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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