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밸런스 - 모든 건강의 근원은 숙면에 있다!
한진규 지음 / 다산라이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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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학이 오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 1일 1식 습관이 굳어진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잠을 자거나 밥 먹기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읽고 싶고 보고 싶은 게 많다보니 정작 몸에 관한 부분을 잘 챙기지 않는 편이다. 밥은 몰아 먹고, 밤에는 자지 말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며 무엇인가를 한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니 오전 늦게 일어난다. 저자가 말하는 '수면 위생'을 확보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생활 방식일 테다. 다산북스 나나흰 5기 선택도서라 나에게 온 이 책이 지금 읽기 시의적절했다.

 

이렇게 '피로사회'에서 자기계발형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우리들. 아래 내용을 읽고 있으려니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가 생각난다. 수면 분야 전문가인 저자는 '잠' 역시 인간에게 필요한 영역이라 있는 것이고, 이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 일상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효율성이 극히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잠을 아껴가며 깨어 노력하는 일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전히 수면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단적으로 잠 안자고 공부하는 풍토를 보면 알 수 있다. 개개인의 수면 양과 수면 리듬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고3만 되면 4~5시간으로 수면 시간을 줄이고 밤새서 공부하는 것이 당연한 듯한 사회 분위기, 새벽 1시까지 아이들을 잡아 놓고 교습하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학원들, 대다수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평균 2~4시간씩 엎드려 자는 나라, 그래도 문제를 삼지 않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교육 당국, 온나라 학생들이 만성 수면 부족으로 공교육이 제대로 설 수 없는 나라.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식과 야근으로 인해 늦게 잠자리에 들지만, 다음 날 출근 때문에 일찍 일어나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샐러리맨. 밤을 새우거나 늦게까지 일하면 칭찬 받는 문화. 세계에서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현재 피곤하다.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절대적인 수면시간이 모자란 상태다. 많은 이들이 늦게 잠자리에 들고, 적게 잔다. 정상적으로 자는 사람들을 오히려 게으르다고 여긴다. 필요한 수면시간보다 1시간 적게 자면 그 다음 날 업무나 학업 효율이 30퍼센트 떨어진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늦게 자면 같은 시간 잠을 자도 깊게 잠들지 못해 피로가 쌓이게 된다." 8-9쪽.

 

특별히 '수면 장애'라는 불모지를 특화해 공부하고 한국에 들여온 저자가 지혜롭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열의를 가지고 있고 한국에서는 손꼽히는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간결한 문체로 납득할 만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10년 넘게 자신이 만났던 보편적인 수면 장애 환자 사례를 임상적으로 분석하면서 독자가 수면 위생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있어서 와닿았다.

 

요즘은 다큐멘터리에도 가끔 나오던데, 수면 장애를 부르는 가장 위험한 증상 중 하나는 수면 무호흡증과 코골이 증상이다. 저자는 '렘수면, 논렘수면' 패턴을 가지고 그러한 증상이 왜 위험한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행히 나는 요즘 일상에서 피로하거나 잠을 못잤다는 느낌이 별로 없는 편이라 남 이야기 읽듯 읽었지만 알아두어 나쁠 게 없고 주변에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이 꼭 존재할 것만 같았다. 산소와 관련된 증상이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다른 질병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니 꼭 알아두고 심리적, 물리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밖에도 불안이나 우울증이 가져오는 불면증, 밤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을 위한 지침, 하지불안증후군, 아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야경증과 몽유병, 기면증, 이갈이 등 각종 수면장애의 원인과 대처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수면 밸런스를 찾기 위해 일상에서 따를 수 있는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 내가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을 다룬 부분이었다. 예전에 임고 준비할 때 교육학 공부한다고 전태련 선생님 강의를 듣는데 "밤에 공부하는 게 맞는 사람은 임고 보면 안 된다"고 단언하셔서 좌절한 기억이 있다. 당시 내가 밤에 공부하고 낮에 자는 패턴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밤에 활동해야 집중력도 높고 그러기를 즐겨하는 나 자신에게 (성실하지 못한 인간인 듯) 죄책감이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생체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고 원인이 있다고도 밝히고 있어서 약간 마음을 놓았다. 직업 상 저녁형으로 살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아래 내용 이후에 건강하게, 효과적으로 생활 패턴을 아침형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으니 궁금한 독자는 이 책을 찾아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다. 

 

"저녁형(지연형)

저녁형은 통상 야행성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30퍼센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즉, 새벽 2~3시에 자서 아침 늦게 일어나는 유형이다. 이 생체 주기는 뇌의 시신경 교차 상부핵의 유전자 양상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조절된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인 만큼 신체 리듬을 강제로 바꾸는 일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나이와 생체 시계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변화시켜서 습관을 들이면 큰 부작용을 줄이고 원하는 생체 주기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은 일반 성인들보다 1시간 내지 1시간 반 가량을 더 자야만 두뇌가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가 늦게 잠들어도 아침 일찍 등교를 해야 하므로 학생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미국의 어떤 주에서는 학생들의 생체 리듬을 고려해서 1시간 늦게 등교하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래를 주도해 나갈 청소년들의 수면 건강까지 챙기는 이런 선진국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책에 우리라도 이제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162-163쪽."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를 시행했(밀어붙였)고 현장 교사로서 중학생들 삶의 질이나 학습 효율이 나아졌음을 체감한다. 균형이 깨진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교육정책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아침형 인간 vs 저녁형 인간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사람의 수면 리듬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밤 11시에 잠이 들어 다음날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나는 수면 리듬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멜라토닌'과 '체온'이다. 사람은 보통 새벽 3시경에 멜라토닌이 가장 많이 분비되고 체온은 새벽 5시에 가장 낮게 떨어진다.

아침형은 멜라토닌이 최고점에 오르는 시간과 체온이 가장 낮게 떨어지는 시간이 일반인보다 빠른 사람을 말한다. 이런 아침형 수면 리듬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1퍼센트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로 멜라토닌이 최고점에 오르는 시간과 체온이 가장 낮게 떨어지는 시간이 일반형보다 더 늦은 사람들이 있는데, 흔히 저녁형 또는 올빼미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저녁형은 전체 인구의 5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이러한 유형은 주로 유전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침형보다 저녁형 인간의 분포가 비율상 훨씬 많은 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아침형으로 살기를 바라는 일은 설득력이 없는 말이 된다. 일반형이나 저녁형인 사람이 멜라토닌 분비와 체온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아침형이 되려고 하면 당연히 잠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면 결국 몸에 여러 가지 균형이 깨지고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침형 인간이길 아예 포기하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165-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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