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북스 나나흰 활동 중이다. 책 받은지 꽤 되었고 소설이라 책 자체도 재미있고 분주한 나날이라 매우 공감, 힐링 되기도 하는 책인데 안타깝게도 오래 붙들고 읽었다. 무엇을 먼저 손대야 할지 모르겠을 만큼 개인적으로(학교 일 X) 너무 바쁜 나날이라 11월에 책을 거의 못 읽고 있어서 너무 아쉽고 답답하다. 아무튼 항상 그렇듯 다산북스가 저돌적인 마케팅 중인 듯 예스이십사 페이지들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그만큼 추천할 만한 재미있는 책이다. 술술 잘 읽히는 문체라 정신적으로 피로한 와중에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용은 제목대로다. 시빌이라는 고양이가 고통에 빠진 주인공 사라에게 '말'을 걸어 행복해지는 방법을 코칭해주는 내용이다. 이야기 후반으로 갈 수록 이 고양이가 진짜 인간 언어로 주인공에게 말을 걸었는지는 불확실해진다. 사실 여부를 캐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주인공이 반려묘 도움을 받아 어떻게 행복해지는지 과정을 보는 일이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반려동물 키우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몸을 챙기기("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와 비슷: 과일만 먹기, 금식하기, 요가하기 등), 동물처럼 예민한 감각으로 세계 받아들이기, 인간관계 회복하기, 잃어버린 꿈 찾기, 여행하기, 오늘 삶을 긍정하고 즐기기, 나누기,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 착한 일 하기,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돕기 등을 훈련하고 습관화하여 행복해지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 아름다움과 숭고함, 낭만과 자유(동양철학 특히 범신론)

석사 논문을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해 쓰느라 공부하고 고민했던 내용이 이 책 결말에 나와 반가웠다. 왕년에 히피였다던 주인공 아버지는 아름다움과 자유는 맞닿아 있다고 낭만적으로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가족이 함께 간 캠핑에서 엄마는 자주 가족들에게 시를 읽어주었다. 그러한 기억들이 가족들에게 남아, 엄마가 죽은 이후에도 엄마가 마치 지금도 함께 있는 듯 상상하게 한다. 영혼, 죽음, 너무 큰 자연은 우리 불완전한 인간이 말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다소 고통을 동반한 숭고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과학주의 시대에 인간 마음 속에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경험하며 숭고한 감정을 느끼고 경외심과 겸손함을 배운다. 서양 작가가 쓴 이 책은 장자의 나비 꿈, 요가, 불교 범신론과 비슷한 모티프들을 바탕으로 이러한 생각을 풀어가고 있다. 

"... 공터에 다다르자 탁 트인 하늘과 빛나는 별빛을 전부 볼 수 있었다. 은하수가 검은 산 그림자 끝에서부터 피어올라 빛을 머금은 폭포처럼 하늘로 뻗어갔다. 그 광경을 보니 마치 내가 우주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난 오랫동안 이 하늘에 나 있는 창 너머로 무한을 응시했다. 그러자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이런 밤하늘을 참 좋아했는데! 엄마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얘들아, 이걸 마음에 새겨두렴. 너희 눈을 아름다움으로 채워봐." 

...

그러다 몇 주 전 시빌과 나눴던 말이 떠올랐다...

"아니, 너희 어머니는 여기 계셔. 우주 안에선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아. 또 아무것도 생겨나지도 않지. 존재하는 건 계속 존재해. 하지만 존재는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아. 언제나 형상을 바꾸는 거야...

하지만 인간들이 과학으로 무장하고 나타나서 별과 행성은 죽은 것이며 대지에는 생명이 없고 물은 그저 물질일 뿐 영혼이 아니라고 주장해..."

...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오색찬란한 별빛이 우주를 건너 먼 길을 달려와 내 위로 쏟아지도록 두었다. 그러자 엄마가 나와 함께 있는 것이 느껴졌다. 빛과 어둠 속에. 공기와 대지 가운데. 고양이의 지혜 속에. 바로 내 속에.

... 수십 년 전, 엄마는 로르카의 이 시를 바로 이 자리에서 읽었던 적이 있다. 엄마가 들려주었던 시구로 난 엄마를 이 자리에 불렀고, 이제 엄마가 죽었지만 현존한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이 바로 백양나무들은 모든 걸 다 알지만 결코 말하지 않는다는 부분과 의미가 이어졌다.

... 지금까지 내가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고통과 상실을 겪은 뒤에, 울부짖고 소리친 뒤에, 고양이의 형상을 통해 나타난 자연의 지혜와 고귀함을 마주 보게 된 뒤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다." 341-350쪽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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