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북스 서포터즈라 신간 신청할 기회가 있어서 받아보았다. 나야 이변이 없는 한 직장 생활한 날보다 할 날이 훨씬 많이 남았기에 노후
준비라는 단어가 아직은 멀게 느껴진다. 2006년 신규 발령 때 부장님들께서 '교직원 공제'는 최소한으로만 넣어라, 너희 세대는 공무원 연금을
많이 넣어도 어른 세대를 부양하느라 조금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유리통장이라 기여금을 꼬박꼬박 떼여 적립 당하고
있다. 젊었을 때 들라던 이런 저런 보험이나 개인 연금을 넣고 있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내 보장자산들을 떠올리거나 통장을 꺼내 정리하면서 금리나
이자를 확인하게 된다는 점이 이 독서가 주는 장점이었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하는 시기다. 책은 교육계 사교육 업체 마냥 퇴직 시기를 맞은 독자가 가졌을 법한 마음 속
불안감을 구체화 시켜준다. 처방은 꽤나 안정적이다. 최근에 읽은 "3년 후 한국은 없다"와는 달리 이 책에 대한 이미지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경제 상식을 잘은 모르지만 저자는 대기업 입장에서가 아니라 일반 월급쟁이들이 노후를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후 자금은 중간에 빼서 쓸 수 없도록 묶어두기, 미리 준비하기, 노후에 안정적으로 월급처럼 받을 수 있는 일정한 생활비를
확보하기, 월급을 받을 때 조금씩이라도 쪼개서 여러 연금 상품에 가입해두기,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국민연금을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하는 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어떤 입장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를 때에는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이력을 살펴보면 도움이 되는데,
"한겨레"와 함께 '금융소비자 주권 찾기 캠페인'을 진행했다는 이력이 저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테면
'금융상품이 숨기고 싶은 비밀'을 전문가 입장에서 일반인에게 꾸준히 드러내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전업주부인 엄마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우편물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잠깐 일을 하다가 그만둔 후 넣지 않고 있었던 연금을 납부하면
곧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더해 저자가 제시하는 아래와 같이 일반인으로서 잘 알 수 없었던 스킬들을 잘 활용한다면 (오래 살
수록 유리하다는 가정 하에) 월 수령액을 늘릴 수 있다. 평소 국민연금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 불신감만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소득
적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유리한 구조를 확인하면서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잘만 운용된다면 그나마 소득재분배에 도움을 주는 제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겉으로만 설득하는 근거가 아니라면, 이론적으로는 다소 납득이 되는 제도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여전히 잘은
모르겠지만. 공적 자금으로 여기고 사람들이 믿고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그만큼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할 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불신하고 내지 않으려는 꼼수를 쓰기 시작하면 재정 자체가 불안정해질 위험은 여전히
있다. 어쨌거나 지금 생활할 만하니 국민연금은 최대한 늦게 받는 편이 유리하다(오래 살 수 있도록 건강 관리 잘 하면서...)고 엄마에게
말해주어야겠다. 국민연금 재정이 부족해서 일부러 제도를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연금을 빨리 받으면 조금 주고 늦게 받으면
많이 주는 식으로 말이다.
"국민연금 많이 받는 방법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더 내면 더 받는
구조다...
가령 국민연금 보혐료의 납부 총액이 같다면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수령액이 많아진다. 똑같은 금액의
보혐료를 냈더라도 A씨는 20만 원씩 1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B씨는 10만 원씩 20년간 가입했다면 오래 가입한 B씨의 연금수령액이 많다는
의미다. 이는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재평가율이 적용돼 연금수령액이 증가하는 효과와 둘째, 소득이 적은 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이다. 첫째 이유를 부연 설명하지만 가입 연도별 가입자들의 평균소득과 본인의 소득이 감안된
금액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재평가율이 적용돼 연금수령액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소득이 적어서 연금보험료를 적게 내는 사람은 소득이 많은 사람보다 낸 돈 대비 받는 배율이
더 높다. A씨와 B씨는 낸 총액은 같지만 월 20만 원씩 짧게 낸 A씨보다 월 10만 원씩 길게 낸 B씨가 소득재분배 기능의 덕을 많이 보게
된다." 201쪽.
"국민연금이 노후에 큰돈도 안 된다느니, 조만간
고갈이 된다느니, 정부를 어떻게 믿느냐는 등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느니 차라리 내가 그 돈을 굴려서 노후
준비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맡기느니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 중에 제대로 준비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테크 하다 날리고, 먹고 마시고 놀러 가는 데 쓰다가 통장잔고는 비게 된다." 314쪽.
특히 꾸준히 저축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를 납득했다. 금리가 낮아졌으니 이자로 혜택 보겠다는 목적은 아니지만, 조금씩이라도 저축해서 목돈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저축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특히 매달 새어나가는 돈을 아껴서 의지를 가지고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매일 마시는 프랜차이즈 커피가 사례로 등장한다. 여기서도 금리 2%일 때 1000만원을 예금으로 묶어두면 이자가 20만원 쯤 붙을 텐데,
한달에 커피 몇 잔 아낀 돈으로 저축을 해도 그만큼을 모을 수 있으니 1000만원을 가지고 돈을 굴린 행동과 같은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납득했다고 해서 내가 지금 커피 사먹기를 참게 될 듯하지는 않지만 일리 있는 주장임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노후 자금이 많이 남아 있게 되면 이득이다.
각 장 앞부분에 흥미로운 카툰을 통해 퇴직 즈음에 맞을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저자가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문체로 그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생생하게 와 닿았다. 권고사직에 따라오는 위로금 보관법과 활용법,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하는 다양한
방법(자영업 준비하는 법, 취미 생활 갖기나 가족 관계 잘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 심지어 귀농과 귀촌에 대한 이야기까지), 여러 요인과 심지어
자녀들로부터 자신의 노후 자금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과 방법까지. 코앞에 노후가 닥친 독자들에게 유용할 꿀팁이 가득한 실용서이다. 30대인
나보다는 엄마, 아빠에게 좀 더 권하고 싶은 책인데 우리 같은 젊은이들도 미리 알고 준비해도 나쁘지 않을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