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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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산북스 나나흰에서 보내준 신간은 2권으로 구성한 긴 소설이다. 금광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이 범죄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플롯을 엄청 복잡하게 꼬아놓았기 때문에 2권까지 다 읽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범인을 추측하거나 이야기를 여기에 정리하기가 어렵다. 꽤나 오래 들고 읽어왔는데 막상 서평은 짧게 써진다. 아마도 대하소설류나 머리를 써야하는 범죄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싶다.

 

방대한 분량, 번역(번역이 나쁘지는 않은데, 나는 외국 사람과 이미지를 연관지어 외우는 일 자체가 어려웠음), 여러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점 등을 이유로 초반 독서는 좀 헤맸다. 다른 나나흰 분들 말씀처럼 중후반으로 갈 수록 이야기 힘에 빠져들어 범인을 궁금해하면서 독서에 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이런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소설에서 느낀 매력은 '별자리'를 이야기 풀어가는 소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별자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작가가 별자리와 성격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알겠다. 크라운 호텔에 모인 13명과 거기에 없었지만 이 사건에 연관된 여러 명을 합치면 꽤나 많은 인원이 이야기에 등장하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성격을 많은 분량을 들여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에도 배경이나 인물 묘사를 너무 자세하게 한 부분을 읽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 "루미너리스"에서는 작가가 성격 묘사를 세밀하게 하기를 의도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아무튼 치밀한 플롯과 성격 묘사가 대단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나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잘 만든 미드 대본 같다. 이들의 성격이 별자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2권까지 읽어보아야 알 수 있겠다.

 

요즘 사람 마음 속에 있는 각기 다양한 기준, 권력자가 그 기준을 가지고 사회 내부에서 작동하는 힘들을 조종하며 약자를 세밀하게 통치했을 때 어떤 악영향이 나타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생뚱맞게도 아래 내용에 꽂혔다. 나라 차원에서도 마찬가지고 작은 조직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약자를 지켜주리라 믿었던 법이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시시때때로 확인할 때 당사자는 훨씬 크게 분노한다. 금을 둘러싼 욕망, 이 마을 남성들 사이에서 공공재로 여겨졌던 안나에 대한 욕망들은 어떠한 힘이 되어 이 많은 사람들을 움직인다. 이 이야기가 대체 어떻게 마무리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2권까지 끝까지 즐기며 읽을 수밖에 없겠다.

  

"교도소장이 자세나 말투를 바꾸지도 않고서 즉시 말을 시작했다.

"두 가지 법률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경우에, 사람은 언제나 하나를 갖고서 다른 것을 비난하게 마련이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창녀를 치안판사 재판소에 고발하는 것이 올바르고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쳐봅시다. 법이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해줄 거라고 생각하고서 말이오. 하지만 고발은 기각되고 오히려 여자를 샀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이자는 법률과 여자를 모두 비난하겠지. 법이 이자가 응당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받게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자기 손으로 법을 집행하기로 하고 여자를 목 졸라 죽이게 되는 거요. 예전 같으면 다툼을 그 자리에서 주먹으로 해결했겠지. 그게 광부의 법이었으니까. 창녀가 죽을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자기 손으로 해치웠을 거요. 하지만 이제는 법적인 조처를 요구할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생각하고서, 바로 그 부분에 반응을 하는 거요. 두 배로 화를 내고, 그 분노를 두 배로 휘두르지. 나는 이러한 본보기를 매일같이 보고 있소."" 199쪽.

 

또 하나 재미있었던 지점은 주류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광둥어를 사용하는 아퀴와 아숙은 서로 의사소통은 능숙하지만, 주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 크라운 호텔에서 열린 비밀 회의나 일상 속 중요한 상황 파악에 미숙하다. 마오리 족인 타우웨어(= 뉴질랜드에게 땅을 빼앗긴 종족)가 의도를 가지고 꾸준히 보이는 언행은 좀 더 흥미롭다. 줄곧 뉴질랜드 사람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행동하려하고 그들이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는 만큼 자신도 마오리어를 당당히 사용한다. 타우웨어가 은둔자에게 평소 마오리어를 가르쳐주었던 점, 선교사들이 성경을 마오리어로 번역(마오리 현지화 해서 의역)한 점에 대해 데블린 목사가 생각해보는 지점들을 작가는 세심하게 적고 있다. 작가는 일부러 대화 속에서 다양한 언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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