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로서 책을 제공 받은 주제에 공립 혁신 중학교 도덕 교사로서 이 책에 대해 솔직히 평하자면 무섭고 답답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며 따라야 하나?? 2016년 교육 트렌드를 최대한 빠르고 세밀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제공하고 싶었던 이 책은 독자가 위와 같은 거부감을 가질까 우려했는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그래도 사교육에 너무 휘둘리지는 말자'는 등의
당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 관련 기사들을 재구성한 듯한 내용 자체가 너무 자극적이어서 시사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헬조선'에서 살아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일 테다. 무엇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감'을 책 곳곳에서 말하고
있어서 없던 불신감도 생기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월요일마다 기독교사를 위한 역사 특강 들으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 가고 있는데 반갑!!
어쨌거나 솔직함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삼은 이 책은 꽤나 교육부 정책 홍보 책자 같기는 하지만 지금 교육계에서 이슈인 지점들을 한 눈에
알아보기 편하다. 논의 맥락이나 방향성은 매우 다르지만 이 책이 다룬 몇 몇 소재는 좋은교사운동 정책위나 토론회, 월간 "좋은교사"에서 다룬 바
있으며 책 읽는 내내 이 책과 반대 입장에 있는 듯 느껴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떠올랐다. 자유학기제나 거꾸로교실, 비교적 여유로운 학교에
대해서는 우리 단체도 호의적이다. 그러나 일단 차례에서 엿보이는 각 장 제목만 봐도 '학부모'인 독자가 불안감을 느끼고 당장 학원 등록하러
달려가기에 충분하다.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를 결정한다', '내 아이가 갈 수 있는 최고의 대학', '강남은 지금 국어 열풍', '사교육
무한도전'... 강남, 목동 등 (이 책 표현에 따르면) 교육특구에서는 이렇게까지 (사)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있는데 당신들은 괜찮겠느냐, 이미
매우 뒤처져 있다고 책 내내 주장하는 듯하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하니 수학이 문제란다. 수포자를 없애고 사교육을 줄이고자 수학 문제를 쉽게
출제하자니 이번엔 국어가 문제란다. 영어는 절대평가가 도입되어도 비단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과목이 아닌 만큼 사교육비는 여전하단다. 한자까지
가세해 국어도 가르쳐야 한다니, 여전히 사교육이 문제란다.
문, 이과 통합, 한국사 절대평가, 영어 절대평가,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 논란까지 2015년 한 해도
끊임없는 교육 정책의 변동과 대학들의 눈치 싸움, 공교육과 사교육 간의 날카로운 긴장이 이어졌다. 바뀌고 바뀐 입시 정책은 '풍선 효과'를
낳으며 일명 '두더지 잡기'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나를 잡으면 다른 게 튀어 오르는 형국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과 얼마 전에
마련된 교육정책과 입시 자료들조차 금세 폐기된다. 이런 혼란 속에서 수험생은 '마루타'로 전락해 번번이 피해를 보고 있다."
24-25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중2 아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이유는 책 많이 읽어라, 중국어 공부하라는 이 책 주장에 납득해서이다.
사교육 억제 정책 일환으로 수능 중 영어가 절대평가 되었고 아마도 그 다음 차례는 수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국어가 어려워지기도 했고
앞으로도 영수보다는 국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목동에서 오래 논술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친구는 요즘 밀려드는 논술, 국어
수강생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단다. 워낙 어떤 시험을 보거나 무슨 일을 하든 문해력은 필요하다. 특목고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미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고 해서 독서 이력을 바탕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학교들이 있다. 학교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독서 상황 기록에 공을 들인다.
힘들어도 열심히 읽히고 열심히 기록해주고 싶은 이유는 책 읽은 경험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거기에 힘을 실어줄 만한 주장을 납득할
만한 근거를 들어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아마도 중국은 지금 중학생들이 직업 생활을 할 때 미국보다 힘이 세질 수도 있으니 중국어를 배워두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심지어 영어보다도 중국어를 배우라고 이야기한다. 97년에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사회주의인 척하면서 무섭게
자본주의화 되는) 중국을 직접 보고 듣고 느꼈다. 그 옆에 붙어 있는 조그만 땅덩어리에 살고 있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이 무서운 나라와 엮이리라
믿었다. 나는 요즘 커서 뭘하고 먹고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으면 중국어를 배우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사교육 업체에서는 이에 대응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판적 사고를 가진 창의 인재, 융 복합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의 입맛에 맞춰 이공 계열 지원 학생도 인문학적 소양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도록 지도한다. 예를 들어 매해
고등학교 학생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인문학 도서의 독서 기록을 빠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과 학생이 일반 논술이나 독서감상문,
문학 관련 교내 경시대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학은 기업을 바라보고 고교는 대학을 바라보는 실정에서, 기업에 부는 인문학 바람은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고등학교에까지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취업과 입시만을 위한 보여주기식 인문학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서류에 적힌 수박
겉핥기식 인문학 활동은 면접과 글쓰기 논술에서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252-253쪽.
또 하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장은 '아날로그 교육법', '자연주의 육아'를 다룬 장이었다. 지난 봄 단기방학에 혼자 제주올레를
다녀오느라 제주 관련 책과 자료를 좀 찾아보았는데 요즘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처럼 학업 스트레스에서 떨어져 슬로우
라이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 자연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생활을 추구하는 어머니들이 있어서 부러웠다. 아파트 단지와 도로, 공단 매연을 마시는
우리 아이들도 제주에서 한 달 씩 생활했으면 좋겠다. 제주도 특성화 초등학교들이 돌리고 있다는 방과 후 프로그램은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대외
이미지와 실적을 위해 교육주체들을 압박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아닐지 궁금했다. 특히 '시범학교', '연구학교'는...;; 어쨌든 이 초등학교들에서
독서,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좋아보였다.
"자연주의 육아: 자연과 함께하며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건강한 육아
방식이다. 가치관뿐만 아니라 자연을 먹고 크고, 아파도 자연으로 다스리는 방법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143쪽.
최근 교육계 이슈 중 가장 어이 없었던 지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와 함께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이다. 인성을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정책이 나오자 마자 사교육 업체가 기승을 부리리가 전망했는데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착해보이는 방법'을 가르쳐준단다.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듯 이 책 서술이 양쪽 입장을 오가는 와중에 아래 내용이 공감 되었다. 이미
인성교육진흥법 관련해서 "우리교육" 등에서 자주 논했던 맥락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인성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요소를 어떻게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측정할 수 있는가 하는
비판이 있다. 특히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한 것 자체가 국민 의식을 국가가 원하는 대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73쪽.
전에 다산에듀에서 나온 "도미노 공부법"을 우리반 학생에게 선물했는데 성적이 오른 후 물어보니 그 책을 인상 깊게 다 읽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특목고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그 친구가 생각났다. 책이 보여주는 맥락은 화나고 답답한데 생생한 정보가 너무 많다. 행여 쓸데없는
불안감을 조성할까 걱정되면서도 이런 정보를 이 동네만 모른 채로 '동등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