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올레 - 놀멍 쉬멍 먹멍 일본 규슈 걷기 여행
손민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아래와 같은 서평단 신청글을 올려서 뽑혔다.

"1. 규슈
10년 전쯤에 학교에서 중학생들 데리고 일본 탐방 다녀왔네요. 버스 타고 관광지마다 내렸다 탔다 하면서 전문 가이드에게 설명을 듣는 완전 패키지 여행이었지요. 학생들 관리하느라 피로하기도 했지만, 나가사키 카스테라도 먹고 유황온천도 경험하고 원폭 관련 지역도 보고 구마모토 쪽 성터들도 둘러보았던 기억이 나요. 관광이든 여행이든 우리와 다른 생태, 역사를 가진 지역을 직접 걸으며 배우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2. 제주올레
안 그래도 규슈올레가 제주올레와 결연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부터 들으면서 규슈올레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혼자 오래 걷기를 좋아합니다. 머리를 비우고 고요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걷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납니다. 제주올레는 1, 2, 6, 10, 12, 13, 14, 14-1을 완주했어요. 저는 여행가기 전에 그곳 여행기와 가이드북을 좀 많이 읽고 가는 편인데, 지난 봄 단기방학 때 제주올레 전후로도 요즘 쏟아져 나오는 제주 관련 서적을 잔뜩 읽고 갔네요. 올 봄에 제주올레 다녀오면서 남겼던 후기 주소 링크 걸어봅니다. http://minihp.cyworld.com/20966544/285508543

이 책 서평단으로 뽑아주시면 조만간 규슈올레갈 때 참 도움이 되겠네요. ^^ "

 

 

타 온라인서점 중앙북스 블로그에 서평단 신청을 하면서 그 시기 정도에 배송이 되면 단기방학에 여유롭게 읽고 서평 완료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책 발간이 늦어지면서 배송 역시 늦어졌고 그사이 미친듯이 바쁜 학기 중 일상으로 진입했다. 평일에는 진득하게 책을 읽기 어려울 뿐더러 다 읽었다 하더라도 리뷰를 정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평쓸 때 앞부분만 읽고 쓰거나 훑어보고 쓰지는 않는다. 게다가 서평단이라니 기한에 늦더라도 제대로 읽고 쓰고 싶었다. 이야기가 들어있더라도 일단은 '가이드북'이다보니 지금 당장 밟고 있는 곳이 아니라면 책이 나열하고 있는 여행 정보에 대한 필요를 생생하게 느끼며 읽기는 쉽지 않았다. 아직 규슈 올레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은 아니다보니 코스에 대한 소개와 숙소, 식당 등 정보보다는 본문(= 저자가 규슈 올레 개장식마다 참여하며 보고 듣고 느꼈던 '올레' 역사에 대한 이야기, 그 지역 자체에 대해 저자가 인문학적으로 풀어주는 이야기 등) 책장이 훨씬 잘 넘어갔다. 어쩔 수 없었겠지만 계속 나열되는 잘 모르겠는 일본어 지명과 인물명들도 책 읽는데 오래 걸리게 만든 요인이다. 어쨌든 올레나 규슈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이 읽으면 분명 '규슈올레' 뽐뿌가 느껴질 만한 잘 만든 책이다. 너무 알차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다 읽기 어렵다? 미안하다?는 느낌이다. 언젠가 규슈 올레에 도전해볼 테니 책을 잘 가지고 있다가 꼭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라쓰 코스는, 안은주 사무국장의 말마따나 걷기에 좋은 길이다. 우리의 가슴 시린 역사를 알지 못해도 일부러 찾아와서 거닐 만한 길이고, 우리의 가슴 시린 역사를 새기고 있다면 더욱더 찾아와서 걸어야 하는 길이다. 가라쓰 코스는 규슈올레 최고의 역사기행 코스다. 다시 말하지만, 아픈 역사도 우리 역사다." 97쪽.

 

 

* '올레'

지난 봄 단기방학 때 중산간지역(12코스~14-1코스) 올레를 하면서 제주 4.3을 책으로, 발로 더듬었다. 마을 전체를 불태웠을 만큼 잔인했던 일련의 사건들 이후 생존한 사람들도 떠나고 그대로 황폐화된 마을도 있었다고 한다. 애초에 올레 정신은 이미 부자 중국인들 때문에 더욱 물가와 땅값이 올라버린 관광지가 아니라 소외 되고 잊혀졌던 제주 구석구석 골목길을 발굴해 알리고 함께 걷는데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제주올레는 사단법인이라는 민간에서 추진한 사업이고 이를 벤치마킹한 규슈올레는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예산과 노력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제주올레 측에서 규슈올레를 인가?해 줄 때 엄격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올레 정신에 부합하는 길만을 통과시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코스들은 저자 말처럼 한국인으로서는 찾아가기 쉽지 않을 만큼 교통이 불편하거나 먼 곳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주할 수 없는 상황일 때 가장 먼저 걸어보고 싶은 길들은 관광지라 찾아가기 쉬운 길이 아니라 구석에 있는 코스들이었다.   

 

* 농민운동, 기독교

"시마바라의 난은 1637년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지역에서 발발한 농민 봉기를 일컫는다. 역사책은 대부분 시마바라의 난이라고 기록하지만, 여기 아마쿠사 제도에서는 꼭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일아고 부른다. 아마쿠사 지역이 시마바라의 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정확히 말하면, 시마바라 지역의 농민세력과 아마쿠사 지역의 농민세력이 각자 궐기한 뒤 두 세력이 뭉쳐 막부와 싸운 사건을 가리킨다.

'아마쿠사·시마바라 잇키'라고 쓰기도 한다. '잇키'는 민란 또는 민란을 주동한 세력을 말한다. 세력으로서 잇키는 주로 농민이나 종교집단이다 에도 막부시대에 잇키는 수시로 발발했다. 3000건이 넘는 민란이 일어났다는 기록도 있다. '아마쿠사·시마바라 잇키'는 아마쿠사·시마바라 지역에서 일어난 민란이라는 뜻이다. 물론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피해도 컸던 민란이다.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은 종교전쟁으로 설명되곤 한다. 일본에서 기독교 세력이 막부와 정면으로 맞선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을 '기리시탄의 난'이라 하기도 한다. 나로서는 '아마쿠사·시마바라 잇키'라고 부르고 싶다.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이 기독교와 무관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 눈에는 신앙을 잃어 방황하는 기리시탄보다 농사지은 것 다 뺏기고 허기에 전 농민이 더 들어온다. 동학 난이 아니라 동학농민전쟁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210-212쪽.

최근 타 출판사에서 보내주어 읽었던 "나라 없는 나라"라는 소설은 동학농민운동 당시 여러 사람들의 입장 차이와 상황 전개, 특히 전봉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옛날 일을 지금 상황에 대입해도 설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놀라운 한편 답답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우리의 농민 운동과 비슷한 일이 우리보다 이전에 규슈에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인상 깊었다. 필요한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규슈와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농민운동은,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어보이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다시 반복될까.

좀 더 재미있는 점은 규슈에서 있었던 '아마쿠사·시마바라 잇키'는 기독교와 연관이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일제시대 때도 십자가나 성경을 밟고 지나가보라는 비기독교인 인증?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일본에서는 기독교인을 걸러내어 죽이고 있었다.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일본 기독교박해사를 이 책을 통해 좀 더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섬 올레인 아마쿠사 세 자매는 철저히 일본 근대사를 읽을 수 있는 코스란다. 찾아가기 비교적 힘들겠지만 걷고 싶다. 특히 아기자기한 마을 길이라는 말에.

 

저자가 기자이다보니 사진도 아름답게 찍어왔다. 사진 속에 언뜻 언뜻 보이는 간새표지판, 화살표, 리본들이 반갑다. 규슈 쪽에서 제주올레 쪽에 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한다. 제주올레와 규슈올레가 자매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밀접한 관계인지, 제주올레 쪽에서 규슈올레 쪽에 거의 가르쳐주다 시피 하면서 발굴한 길들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익숙해서 더 걷고 싶어질 듯한 규슈올레다. 덤으로 온천, 맛있는 음식들 역시 규슈올레를 부추기는데 그러나 비싼 물가, 아무래도 언어적 차이 등으로 인해 혼자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전철 없어 배낭여행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다. 책 읽는 내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겨울 오키나와 같이 갔던 베프에게 또 적금 부어 이번엔 규슈올레 가자고 할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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