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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할 수 있을까?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생각해보면 다카기 나오코 만화 제목은 이미 책읽는베토벤 님 블로그에서 종종 접했다("혼자 살기 9년차", "마라톤 1년차"...).
그러다가 북이십일 3기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만화 임프린트인 아르테팝에서 나온 "30점짜리 엄마 1"을 신청하면서 다카기 나오코 만화를
본격적으로 처음 읽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효도할 수 있을까?" 역시 훈훈한 가족 만화다. 사실 마스다 미리 만화와 수필을 좋아해서 빼놓지
않고 읽어왔는데, "효도할 수 있을까?"를 읽다보니 마스다 미리의 "아빠라는 남자", "엄마라는 여자",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http://blog.yes24.com/document/7965846 등이
떠올랐다. 딸이 성인이 되어 아버지,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그린 만화, 특히 모시고 여행 다니는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다.

사실 3, 40대 싱글 여성이 부모님께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결혼해서 손녀, 손자를 턱 안겨드리는 일일 테지만 노력한다고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니 차선책으로 딸은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이벤트들을 만들어드리려고 한다. 실화지만 이 만화 주인공이자 작가의 경우 부모님은
고향에 사시고 그는 도쿄에 산다. 종종 은퇴한 아버지가 도쿄에 놀러오시면 같이 시간 보내거나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간다. 혹은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대한민국 서울' 같은 곳으로 해외여행을 간다. 꼭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옆동네에 국내여행을 가기도. 일본 사람들의 여행 패턴을 마스다
미리나 다카기 나오코 만화에서 읽곤 한다. 유명한 랜드마크가 많은 곳도 아닌 소박한 도시에 가서 절에 들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온천을 한다.
특히 한국 독자들이 읽기에는 드라마 "대장금"이 불러온 한류 열풍에 따라 일본 사람들이 한국 여행 오는 과정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다.
혹시나 이 가족이 서울 여행을 와서 불쾌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조마조마해하기도 했다. 패키지 여행에 꼭 따라오는 강제 쇼핑, 단체 행동이라
자유시간 적고 시간 촉박함 문제를 제외한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여행이었던 듯하다. 한류 열풍에 따라 아주머니들이 바글바글한 틈에서 청일점이었던
아버지가 경복궁에서 한복 입어보는 시간에 왕처럼 차려입고 사진 찍어달라는 아주머니들에 둘러싸여 인기폭발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와서 '효도할 수 있을까?". 작가는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지점들을 찾아 고민을 거듭하지만, 부모님이 즐거워하시는
지점은 종종 의외의 포인트에서 찾아왔다. 현란한 고급 인도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 같은 인도 카레집에서 훨씬 편안한 표정으로 맛있게
식사하는 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새해에 고향에 오지 않으면 섭섭해하고 오면 일부러 천천히 세탁기를 돌려 딸에게 빨래 널기를 부탁하고 일을
나가는 엄마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춥고 정리 안 되어 있는 고향집을 리모델링하자는 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찡했던
에피소드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며 도쿄에 상경해 혼자 지내는 딸이 걱정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말씀하시던 부모님이, 딸의
첫 만화책이 나왔을 때 너무나도 기뻐하며 고향집 근처 서점들을 자발적으로 다니며 (민폐) 영업을 하시던 장면이다. 부모님에게는 30대가 된 딸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 마냥 항상 어려보이고 걱정되기 마련인지. (싱글) 자녀들도 평소에는 혼자 다 알아서 할 수 있을 듯 행동하지만 정작
힘든 상황을 맞거나 외로울 때면 가족을 먼저 찾는다. 최근 베프가 슬픈 일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평소에 부모님과 더 많이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족은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