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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 ㅣ 온우주 단편선 7
김인정 지음 / 온우주 / 2013년 10월
평점 :
'홀연'은 온우주 출판사에서 나온 김인정 님의 단편집입니다. 저는 장르문학은 장편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홀연에는 제가 좋아하는 군주물이 무려 시리즈로 나오기 때문에^^;; '만담'시리즈가 바로 군주물 시리즈입니다. 무능한 듯 헐렁하지만 날카로운 군주, 그리고 그 속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군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신하 콤비 되게 무지 엄청 짱짱 좋아합니다.
사실 만담 시리즈만을 군신물이라고 보기도 그러한 게, '심각하게 찬란한'이나 '동백', '백탑의 도시'도 어느 정도 군신물의 성격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스리는 자와 다스려지는 자의 이야기거든요. 그러나 억압하지 않는, 단지 바라보고 자신을 내어주는 '다스리는 자'들이란 때로는 사랑스러운 만큼 불쌍하기도 합니다. '심각하게 찬란한'에 나오는 왕자님은 자신의 권력으로 주인공을 몰아넣지 않고, '동백'의 용은 곧 죽을 존재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합니다. '백탑의 도시'역시 명령을 한 것은 왕이었으나 그 길을 스스로 택한 것은 쟈르두였고요. 아무래도 '홀연'에서 왕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사랑받되 다스리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그런 애달픈 존재인 모양입니다.
음, 사실은 김인정 님과 작가와의 대화 비슷한 것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열렸던 대화였어요. 그때 든 생각이 김인정 님은 캐릭터들을 사랑한다는 거였어요. 어떻게 보면 군주가 나아가야 하는 길은 떄로는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마저 베어버리고 가야 하는 길일텐데, 모두들 포기하고 맙니다. 세계와 내가 부딪치는 지점까지 달려가지 못하고 캐릭터들은 가장 힘든 지점에서 뒤돌아 산을 내려갑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이걸로 됐다고 눈을 감은 이후 자신도 울 것을 아는데... 굳이 한 걸음을 더 떼려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김인정 작가님의 사랑, 때문인가 싶어요. 어떻게든 마음이 찢어지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같은 것.
이 책에서는 만담 시리즈의 먹 냄새와 백탑의 도시의 사막 모래 냄새가 납니다. 멀리 떠났다 돌아오고 싶을 때 한 편씩 읽으면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