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하루 열린어린이 그림책 34
앨리스 프로벤슨 지음, 정원정 외 옮김 / 열린어린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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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쓰는 서평단의 서평임을 알립니다.



<고양이 맥스의 비밀>을 보고 난 후, 프로벤슨 작가의 신작을 다시는 못 만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일종의 단념을 한 작가의 신작을 만나게 되어 우선 무척 기쁘다.


애정하는 작가라, 서평을 쓰기 전에 여러 번 책을 보았다.

처음 볼 때는 그저 즐겁고 유쾌하고 시끄러운 시골 농장의 한 단면으로 생각했는데,

재독을 더할 수록,

머피보다 앨리스 프로벤슨 작가가 더 크게 다가왔다.

마치 손주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작가는 머피를 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머피가 뭐라든, 무엇을 하든 작가는 그저 따뜻하고 다정하게 머피를 그대로 둔다.


책의 이야기는 머피 1인칭 독백이다. 

책의 화면들은 머피의 화각에서 출발하여 독자의 시선까지 담아준다.



화면에서만 본다면 머피는 가장 낮은 계급일 수도 있지만, 작가는 그런 머피의 위계와 상관없이 머피를 바라보고 보여준다. 책의 시작이자 마침까지 온통 다 머피이다.



또 펼쳐진 한 면에 동세가 좀씩 다른 머피들이 등장하면서 독백이 곁들어지니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효과가 있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다소 심심할 수 있겠지만,

그림을 유심히 보면서 이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설사 대사들을 다 외운다하더라도 지겹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선과 색으로 노련하게 만든, 그래서 충만한 화면을 보고 있는 기분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작가의 신작을 만나게 되어 기쁜 마음을 가지고 책을 열었는데,

책을 보고 났더니, 일종의 감동 먹은 상태가 되었다.

작가적 마음가짐이란 건 대체 뭘까, 어떤 이들을 작가라 혹은 예술가라 부를 수 있는가, 자본주의로서 다 설명되지 않는 예술이 아직 존재한다는 일종의 안도감과 함께 그 장르가 그림책이라서 가능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소위 어른 그림책의 범주에 전혀 들어가지 않을 책인데도, 오늘의 일과를 충실히 끝낸, 몸과 맘이 무거운 어른이들에게도 모양을 알지 못할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꼭 다 보셨으면...

두 번 세 번 네 번 보셨으면... 


한국에서 출간해주신 열린어린이 출판사에게 감사드린다.




이렇게 작은 곳에서도 작가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어 마지막으로 작은 사진을 첨부한다.

완성에 대한 책임감이란 이런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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