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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ㅣ 킨더랜드 픽처북스
다비드 칼리 지음, 마리 도를레앙 그림, 이숙진 옮김 / 킨더랜드 / 2021년 12월
평점 :
서평단 모집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습니다.
과거의 일에 대해 글자로 기록하는 사람의 유형이 있다면, 나는 이미지로 기억하는 편이다. 그리고 물건으로 기억을 불러오는 편이고.
아마도 그래서 물건을 버리기를 주저하게 되나보다. 기억까지 내 과거까지 다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기분에 주저하다가 못 버리고(또는 버릴 타이밍을 놓치고) 내 곁에 함께 있는 물건들은 ㅎㅎ;;;; 어마어마하다. 나도 안다. 머리로는 나도 안다. 이런 것들 다 싹 깔끔하게 버려도 인생에 있어 별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냥, 그 물건을 바라보면 떠오르는 것들 때문에 미소짓고 눈물짓고 그러느라 도저히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음... ㅎㅎ;;; 솔직하게 말하면, 버리기가 싫은 거지. 비겁하게 말하면 내 손으로는 버릴 수가 없는 거지.
그러면 이사라도 자주 다니면, 물건 정리가 좀 될텐데.. 나는 ㅎㅎ;;; 이사도 거의 안다니는 상황이라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뭐.. 딱히 쓸 데는 없지만 새 것들이라 버릴 수가 없다던가, 선물받은 기억이라던가, 아이들은 잊어버린 성장의 하루라던가, 다 그런 것들이지 뭐...
그래서 나름대로 내린 방법은 안 사는 거였다! 마음이 동하더라도 생각해보면 결국 이뻐서 사기만 하고 안쓰고 모셔두는 경우가 많으니까! 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안 사는 거지. 한동안 잘 먹혔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약간 경계가 흐려졌다.
오랜만이야!를 읽은 독후활동으로 다시금 맘을 재정비하고 물건 정리 또는 버리기에 맘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재정립한다.
나는 주인공의 물건보다 더 많은 물건이 있지만 주인공의 집처럼 저런 다락은 없으니까...
이참에 오랜만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했다를 다시금 읽고 전의를 불태우리라!
하... 그렇지만 책은 어쩌지... 책은... 책은.... 으아아아아아아..
오랜만이야!는 남주의 표정들과 고냥이들의 표정, 반려인의 표정등이 섬세하게 표현되어서 장면마다 깔깔거리며 많이 웃었다. 마리 도를레앙의 그림과 다비드 칼리의 글이 서로 잘 스며들어 서로의 영역을 더 확장시키고 빛나게 한다. 이런 건 볼 때마다 참 신기하다. 글만 읽어서는 그림만 보아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함께할 때 마구 발산되어 나온다. 콜라보의 극치랄까...
교육을 할 때도 유형들이 있지 않은가. 마리 도를레앙+다비드 칼리의 조합처럼 이런 방식으로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구 웃을 수 있으면서도 변화할 수 있게! 써두고 보니 정말 환상적이다. 어디 적어둬야겠다. 역시 책은 버리는 카테고리가 아니구나! 으흐흐흐흐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