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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관리대상자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시를 바라보는 비장한 남성의 모습이 표지로 쓰인 이 책은 어쩌면 지금 사회를 꿰뚫어보는 소설인지도 모른다.
소설이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과 밀접하다. 또한 배경이 익숙한 우리 나라의 여러 장소들인지라 조금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시작은 해적과 오단이다. 사회의 누군가를 죽이기도 한다는 해적에 들어가고 싶은 오단. 소문으로만 들리는 그 해적의 정체를 알아내고 그들과 접선하기 위한 연결책을 만나 결국은 해적과의 연락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하나의 시험을 받아들인다. 그가 해적에 들어가기 위한, 해적이 그를 받아들이기 위한 일종의 시험
바로 백화점을 폭파하는 것이다. 죄없는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오단에게는 해적에 들어가는 일이 먼저였기에 실패하며 자신의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걸 알면서도 이를 실행에 옮긴다.
폭탄을 설치하고 폭파시키고 도망치고
오단은 해적단 입단에 성공한다. 그토록 해적에 들어가고 싶어 했건만 그 이유는 철저히 가려진다. 단지 재미있어보여서?
오단은 해적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하는 일을 체험하고 고뇌에 빠지기도 하고 대신하기도 한다.
해적들은 아무나 잡아오고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컴퍼니라는 곳의 오더를 받아 그들이 심판을 한 사람들을 처리했다. 컴퍼니가 어떤 곳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해적의 일원은 컴퍼니가 자신들을 다시 사회로 되돌려줄거라고, 그래서 지금은 계약을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컴퍼니는 사회정화시스템과 같은 인공지능을 통해 사회의 불온지수를 측정하고 일정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불온인물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어도 언론은 절대 알리지 않는다. 언론들도 컴퍼니에 연루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 사회의 썩은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그리고 그 사이에 남은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