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IVP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학교를 다녔던 저자가 비행기안에서 우연히 옛스승을 만나서 나눈 얘기가 인상적이다. 다른 많은 것을 경험했지만, 학창시절 학교에서 "은혜"에 대해서는 별로 경험해보지 못했노라는. 생각해보면 가장 은혜가 가장 많을 것 같은 장소에, 은혜가 없었노라는 말은 흔한 일인데도, 곱씹어 볼만한 사실이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교회의 태도는 율법적인 태도에 가깝다. 죄에 대한 적의는 이해가 가지만, 그것을 사람에게 품는다는 것은 기독교의 가르침에 비추어본다면 참으로 어긋난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의 믿었던 친구가 동성애자임을 고백할 때, 겪게된 혼란과 더불어 따뜻한 시선을 공유한다. 그들의 행위와 태도는 반대하면서도, 사람에 대해서는 은혜를 베풀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걸음 한걸음 차분히 설득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인종차별에 대한 자신의 허물을 공개한다. 흑인들에 대한 멸시와 경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자신을 드러내면서, 신앙을 지녔다는 사람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한, 은혜없는 믿음을 지닐수 있는지를 잠잠하게, 그러나 솔직하게 고발한다. 은혜없는 삶, 은혜없는 사회, 은혜없는 교회.

이 주제는 귀에 익었으면서도, 낯선 주제이다. 은혜란, 단지 달착지근한 설탕크림이 아니라 때로는 견디기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임도 드러낸다. 나치의 박해를 경험했던 폴란드인들이 전후 사과를 하는 독일인들에게 용서할 수 없노라고 돌아섰던 사건은 이를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자녀를, 남편을, 아내를, 아버지를, 어머니를 죽게한 일본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노라고 치를 떠는 우리 아버지나 할머니 세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게 갈 것이다.

그래도 용서할 수 있는가? 은혜를 베풀수 있는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단순히 기교의 문제가 아닐것이다. 이처럼, 가슴을 울리는 글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