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재미있고, 속도감있게 읽힌다. 약간 떠돌이문학처럼 잡다하지만, 뉴욕에서의 삶처럼 골목마다 만나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마이 코리언 델리에는 이런 한국인을 아내로 둔 백인 남편이자 사위가 쓴 글이다
 좋은 학교를 나왔지만 돈벌이는 안되는 문예지 편집일을 하던 그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델리를 열게된다. 사실 본인들의 필요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일할 곳이 필요한 장모님을 위한 목적이 더 컸을 것이다.

그야말로 묘한 동거이다. 세련되지 못하지만, 저돌적이고 목표지향적이며 그야말로 한가지 방식만 고집하는 한국인 장모님과, 문학의 세계에 발담그고 땀내나고 고상하지 못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던 미국인 사위가 함께 운영하는 델리라니.  

밤중에 읽다가 혼자서 낄낄대면 웃는 통에 거실에 있던 아내가 물어본다. "그렇게 재밌어?" 

글쎄.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어퍼사이드 뉴욕에서, 문예지에 푹 빠져 현실과 유리되어 살아가던 주인공이, 갑자기 한 모퉁이 델리를 덜컥! 사버리고는 그걸 운영하느라 전전긍긍한다. 현금출납기와 복권머신을 못 돌려 장모님으로부터 구박받고, 가게주인이면서도 물건 배치도 하나하나 간섭하는 손님들 때문에 누가 누구를 소유한 건지 아리송하다. 가게밖에서는 우호적이었던 정부도, 가게를 소유하는 순간 득달같이 달려들어 이익을 먹어치우는 늑대같은 존재로 돌변한다.

-왜 이렇게 된거지?..(중략)  델리처럼 소박한 사업도 원래 이토록 힘든건가? 우리가 무슨 우주의 법칙을 심각하게 위배했다고 신이 이렇게 화가 났지?

 

손님들을 기다리며 카운터에 있는 점원의 모습이 한가롭게 여겨진다면, 가게를 살려보겠다고 발을 동동거리는 발버둥이 그 카운터 아래에선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가게를 인수하는 이야기며, 처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아침, 그리고 가게에 오래부터 일하던 직원과의 마찰과 덕본 이야기.풀면 무궁무진 나올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읽혀진다

우리 한국인에게, 이 글이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촌철살인하는 감각으로 중심부의 백인, 문예지, 뉴욕생활, 브룩클린생활 등...뭐든지 걸리는 대로 씹는 왕성한 치아활동(!)에 이민간 한국인들의 생활상과 문화가 고스란히 걸려들었는데, 생각보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는거다.  

 억척스런 장모님, 그런 장모님을 빼닯아 무모하기짝이 없는 행동도 불사하는 아내, 거기다 예전엔 같이 동의해놓고도, "어, 그래? 난 기억이 안나."라고 말하는 아내.장모님과 아내사이에 무기력하게 동의하는 사위인 자신. 어쩐지 많이 보던 레파토리인데, 문제는 양쪽 여인네는 한국인이고, 가운데는 백인이라는거다. 그것도 세계의 도시라는 뉴욕에서.

 어찌보면 중구난방 잡다산만한 이 책.  하지만, 어떠랴. 어차피 진지한 주제의식이나 일관성있는 무거운 주제를 바라고 집어든 책은 아니니. 그저 재미있게 책 읽는 동안을 즐길 목적이라면 나쁘지 않다. 아니, 꽤 괜챦은 책이 될 것이다. 결국 작가는 델리라는 작지만 우주적인(?)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을, 그리고 인생들이 살아가는 도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그리고 그 도시는 현재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최첨단을 자랑하는 도시인 뉴욕이고, 그 중심에서 이런 변두리적인 이야기를 담는 건 참 묘한 대비감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