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역사, 복지의 역사
허구생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구복지제도에 관한 역사적 배경연구를 위한 좋은 자료이다.

사실 현대 복지제도는 100년도 안된 비교적 “최근에 정립된 제도”이지만,
서구유럽에서 그 뿌리는 상당히 깊다. 각 나라마다 일종의 복지제도가 있었고, 삼한시대는 물론, 중국, 지중해연안, 그리스-로마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는, 문명과 사회형태를 갖춘 곳에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제도로, 법적인 테두리안에서 분명한 일관적인 체계를 가지고 정책의 하나로 도입한 곳은 유럽인데, 이 맥락에서 유럽의 중세사회는 복지의 빠질 수 없는 요람으로 봐야한다.

이 책은 역사를 전공하던 학자의 눈으로 복지정책발달에 대한 분석을 한 연구서인데, 중세유럽과는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떨어져 있기에 막연하기만 하고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사회 복지의 발달에 관해 역사적인 맥락들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베버리지 보고서 이전에, 이미 중세와 근대로 전환하는 시기에 나온 튜더왕가의 빈민법을 근대적 사회복지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중세사회의 복지, 즉 교회와 사회공동체적 전통에서 나온 “자치적 복지”에서 비로소 법률을 통한 “제도적 복지”로 바뀌고, 국가가 빈곤과 복지에 대한 의도적인 개입을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사회복지의 원형을 제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사회복지의 기원과 발달과정에 관해 근대이후 영국이나 독일의 산업사회를 논한 책은 많지만, 중세를 조명한 책은 한국에 많지 않다. 그러나, 중세는 오늘날의 유럽을 있게해준 원형이었다. 근대 합리론자에 의해 "온정주의"로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중세공동체는 빈곤으로 인한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역할을 했으며, 이 책은 중세사회가 어떻게 복지에 대해 대처했는지, 그 기반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교회와 사회공동체가 담당하던 복지의 역할이 국가의 역할로 옮겨갔는지에 대해 잘 얘기해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