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명신 선생님, 영어 그림책 골라주세요!
이명신 지음 / 보림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한글 동화 구연처럼, 영어 동화를 구연하고, 노래와 chant를 통해 아이들에게 영어와 친숙해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영어 동화 교육원 원장이다. 이 교육원에서는 단순히 아이들만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첫 선생님인 엄마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어 동화 읽히기 교육 과정도 개설하여 굳이 아이들을 영어 동화 교육원에 보내지 않아도 집에서 엄마가 자신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생활 속에서 영어 동화와 놀이에 친숙해지도록 지도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 동화에 관심이 많지만 직접 교육 과정에 참여하지 못 하는, 혹은 저러한 교육 기관이 있는 줄 몰랐던 엄마들에게 좋은 영어 동화를 소개하고, 그 동화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저자는 이 책에 담아냈다.
내용 면으로 보자면 지난 번에 읽었던 '영어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자신만만 유아 영어'와 거의 비슷하다. 영어 그림책을 고르거나, 읽어주는 요령과 주의점들을 소개한 뒤,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저자가 좋다고 생각하는 영어 그림책을 연령이나 단계별로 추천하고 그 동화책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놀이, 노래, 활동 등을 함께 싣고 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추천하고 있는 동화가 조금 다르다는 것 뿐. 하기야 아이가 책을 좋아해 금세 읽어버리거나 싫증을 내버리는 경우라면 추천 도서 목록이 많아서 나쁠 것은 없다. 단지.... 아이 기르기와 살림, 기타 잡다한 일상들을 거치면 엄마들은 녹초가 되기 마련인데, 아무리 조기 영어 교육이 중요하고 엄마가 관심을 갖는게 당연하다지만 이 책에 실린 활동 지침들을 보고 있자니, 비록 유아들을 대상으로 영어 교육을 시켜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중고생들을 가르쳐봤고, 영문학을 전공한 나도 과연 이 책에 소개된 이런 놀이나 활동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게 솔직한 심정인데, 영어와 담을 쌓고 지내온 엄마들의 암담한 심정은 어떨까 싶다. 내 친구중 하나는 이런 책을 보면 볼수록 더욱 더 아이에게 직접 영어 교육을 시킬 자신이 없어진다고까지 얘기했으니까.....
내 생각은 이렇다.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부담감은 아마도 무거우리라. 그러나.... 그건 우리 아이 영어만큼은 잘 하도록 교육시켜서 나중에 영어 때문에 서러움 당하는 일은 없길 바라는(우리가 그랬던 것처럼ㅡㅅㅡ) 욕심, 그리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엄마 몫이라는 의무감 때문이리라. 이런 생각을 갖고 영어 그림책을 읽어준다면... 그건 이 책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들지 마라.'는 조항을 위반하게 되는 셈!! 이런 책을 읽고 부담을 가질 필요도, 주눅이 들 필요도 없다. 단지 아이와 함께 갖고 놀 영어 그림책을 옆집 아줌마한테 소개받는다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읽고, 소개된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건 하고, 도저히 내 능력 외의 일이다 생각하면 안 하면 그만이다. 학원 강사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엄마 혼자 교육열이 높아 유난을 떤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대로 쫓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환경이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아이들만의 각자 타고난 재능과 능력은 정말이지 다양하고 다르기 마련이니까. 그런 다양한 개성의 아이들을 대할 때 '영어를 잘 하게 교육시켜야지'라는 생각이 아닌, '다채로운 방법으로 놀아 줘야지'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엄마도, 아이들도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