꿍따리 유랑단

꿍따리 유랑단
고정욱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7월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2000년 어느 날 한참 소위말하는 인기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그룹 클론의 강원래가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하반신 마비가 되었던 사건을...

나도 내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건 아니지만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강원래씨는 이제 어떡하나...하는 연민과 함께.

그리고 나는 보았다. 사고후 재활치료를 하면서도 늘 웃음을 버리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연 어떨까?

아니... 이 사회말고 나는? 내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했으며 지금은 어떨까?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너무나도 힘든 사회다. 라고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이들은 더 한이 맺힌 절규를 뿜어내고 있는 듯하다. 장애인이 장애인임을 악용해서 서로를 등쳐먹고 있는 상황을 보았을 때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서로를 보듬어 줘도 모자랄 판에 등쳐먹으려 하질 않나, 강원래씨에게 장애인 공연을 하지 말라고 깡패를 시켜서 협박을 하질 않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느끼게 된 생각이지만 장애는 그저 뭐 하나가 불편할 뿐이다. 그것이 이상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저 무언가 하나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뿐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개성을 가지고 있듯이 말이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말은 이렇게 하면서 늘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봤었다. 아... 낯 부끄럽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나 역시도 불편한 부분이 있고 세상에는 정상인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깨달을 수 있도록 공연을 만들고 세상에 나와서 보여주고 있는 공연팀이 이 책의 주인공인 꿍따리 유랑단이다.

내가 무언가가 불편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피나게 노력하는 그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게끔 해주고 있는 멋진 사람들.

삶의 무게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인생사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 공연단을 보면서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양제가 될 수 있을것만 같은 이런 멋진 공연이 앞으로도 쭈욱 알려지고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

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
오치 쓰키코 지음, 한나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어엿한 전문직 직장에 다니며 몸매도 아직 젊은 여자들에 비해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 커리어 우먼.

여자라면 한번은 꿈꾸어 봄직한 모습이 아닐까?

이 책에는 이렇게 멋있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전문직 프리랜서도 있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에서처럼 잡지사를 이끌어 가는 편집장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여자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은 있었다.

사랑, 주름살, 몸매 등... 젊은 여자나 조금 더 성숙한 여자나 가지고 있는 고민.

여기에 등장하는 그녀들에게서는 내숭이란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 심지어 여자인 나도 얼굴이 달아올랐던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들의 나이는 40세.

중학교 때 내가 좋아했던 과학선생님께서 어느 날 수업시간에 말씀하셨다.

“사람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아...40이라는 나이는 어떤 나이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삶을 엿본듯한 느낌으로 그녀들의 일상을 보게 되었다.

보고 난 후의 소감은 그녀들의 생각에 무릎을 칠만큼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건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기에 어떤 모습이든 다 받아들이기 나름 아닐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알 수 있다. 작가가 얼마나 여자라는 인격체에 대해서 솔직하게 썼는지를.

여기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독자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짓말을 입술에 침하나 안 바르고 버젓이 하고 있는 모습,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자 다짐하며 눈앞을 스쳐지나간 어느 남자에게 말을 걸기위해 달라가는 모습, 결혼해서 아기도 있는 예전 남자친구를 보며 잠깐 품었던 욕망 등... 이만큼 그녀들의 이야기는 가려지는 것이 없다.

이 얼마나 내숭 없는 인생들인지...

그녀들을 보면서 과연 내 나이 40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본다. 내가 바라는 모습과 바라지 않는 모습을 다 가지고 있는 이 책은 나중에 내가 정말 그녀들의 나이가 되었을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평범한 이웃들의 웃음+눈물+감사한 인생이야기
박은기 외 32인 지음 / 수선재 / 2009년 7월

인생에 있어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구나가 행복이라는 것을 추구하면서 살겠지만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 지금 힘든것은 이겨내자고 늘 나를 위로했고 다그치면서 살아왔던 나날들... 그렇게 서른해를 살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반듯하지 않은 인생에게 고맙다라...

사실 이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느낌일 것 같다. 누구나가 인생중에 힘든일을 겪겠지만 그걸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내가 성장하느냐, 아니면 퇴보하느냐가 달려있는데 그건 결국엔 자신만이 아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깊이 있는 눈물겨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내가 상처받은 이야기, 마치 지금의 내가, 아니면 어릴적의 내가 발가벗겨지는 듯한 마음속의 말들을 하나씩 독백하듯이 들려주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는 [무늬만 경찰] 이라는 어느 경찰관의 이야기.

경찰복을 입지 않은 비번인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트럭 운전사가 피를 철철흘리며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미 트럭에는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한치앞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발을 한발짝도 떼지 못하고 겁에 질려있는 자신을 보면서 절망한다. 그러는 와중에 어느 아저씨 한분이 트럭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운전사에게 다가가서 부축하며 함께 있어주는 모습을 보고 자신은 무늬만 경찰이라며 고백한다.

과연 내가 그 상황에 놓여있다면 나는 과연 운전사에게 선뜻 다가갈 수 있었을까?

그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면 어느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여기서 나의 감사한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내가 너무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엄마다.

내배아파 낳은 자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젊은나이에 아빠랑 결혼해서 나를 키워준 엄마. 엄마도 어리고 나도 어렸다. 그리고 지금 엄마가 시집와서 한참 고생하고 있을 그 나이가 된 나는 엄마가 존경스럽고, 한없이 감사한 마음 뿐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잘 키워주신 나의 엄마.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엄마가 생각이 났다.

내일은 엄마에게 가서 꼬옥 안아줘야겠다.

임꺽정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땐 장르, 작가, 출판사등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한 부분에 빠져있으면 그쪽만 내리답지 읽어 내려가는 편이다.

그런 내게 고전이라... 사실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을 읽은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한때는 역사서만 열심히 읽었지만 그걸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그러는 와중에 고미숙이라는 작가가 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우와~ 이 작가 고전에 관해서는 실제로 박사학위까지 딴 박사다. 고전을 가지고 강의도 하고 책도 쓰고 한다니 고전을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마냥 느껴지는게 사실이었지만 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180도 바뀌게 되었다.

고전을 어쩜 이렇게 재미나게도 풀어놨을까? 심지어 고전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파해쳐 논듯한 느낌이었다. 럴수 럴수 이럴수!!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목이 임꺽정이다시피 임꺽정과 함께 운명을 같이하는 청석골 동료들, 그리고 가파치 등 역사적인 인물들이다. 작가는 청석골에 있는 칠두령(일곱명의 두령)을 대놓고 백수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백수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와 환경이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일할 곳이 없는 이들을 가리켜서 주로 부르는 명칭인데 청석골에 있는 두령들이 백수라니.. 아니 백수였다니. 이건 또 왠말인가?

하지만 청석골 두령들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백수와 다른 점은 달인들이라는 것!

어떤 달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 그거 하나만큼은 달인이다. 예를 들자면 활을 재밌어서 하다보니 달인이 된 이봉학, 어느순간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앉은뱅이로 한 10년을 살게 되었던 박유복이는 표창을 던지면서 수련을 한다. 그래서 표창의 달인, 배돌석이는 본인의 이름과 아주 걸맞는 돌팔매의 달인, 청석골의 정보망을 담당했던 축지법과 장기의 달인 황천왕동이, 온갖 모사를 도맡아 했던 두뇌의 달인 서림이와 노밤이 등등 정말 하나같이 달인들이다. 이들을 소개하며 작가는 독자에게 보여주려 한다. 굉장히 많은 것을 공부함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찾지 못하는 지금 우리들의 상황을 말이다.

그들이 달인이 되었던 이유는 하나. 배움에 있어서 어떠한 목적은 없었다. 목적이 없는 배움? 그것이 과연 배우는게 될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네들에게는 정말 없었다.

헌데 그 목적이 없었기에 이들의 배움은 끝이 없다. 지겨움도 없다. 왜냐?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놀고 그렇게 사는 것이 그네들의 인생이기에...

나도 살면서 인생에서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의리”이다. 이것이 친구간이든, 윗사람 아랫사람 간이든,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짐작하다시피 청석골 칠두령들간의 우정은 아주 눈물겹다. 꺽정이가 바람이 났을때에도 꺽정이를 잡으러 가는 운총이와 함께하는 동생들. 결국엔 꺽정이도 청석골과 동생들을 버릴 수 없으니 세 여인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온다. 이 돌아오는 과정도 읽어보면 아주 가관이다. 내가 여기서 다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다들 짐작하리라. 읽어보시라는 얘기.

이들은 다른 사람들 신경쓰고 눈치 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사랑에 관해서도 복수에 관해서도 정말 뜨겁고 솔직하다. 첫눈에 반하는건 다반사, 심지어 처음 본날 평생을 같이 하자고 혼인하고 밤을 보낸다. 이 얼마나 속전속결인가. 그렇게 맺어진 칠두령의 여인들은 역시 청석골의 여인이다라는 인정을 받을 정도로 감정에 솔직하다. 그 감정은 사랑에도 심지어 복수에도 말이다. 특히 복수에 관한 부분에서 작가는 괴물에 등장하는 박강두와 밀양에 등장하는 신애를 통해 잘 설명해준다. 정말 명쾌하다.

꺽정이에 대해서 책에서 나오는 관상쟁이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사람의 머리 베기를 무 밑동 도리듯 하면서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차마 그대로 보지 못하고 논밭에 선 곡식을 예사로 짓밟으면서 수채에 나가는 밥풀 한 낱을 아끼고 반죽이 눅을 때는 홍제원 인절미 같기도 하고 조급증인 날 때는 가랑잎에 불붙은 것 같기도 하였다.”관상쟁이의 말을 빌리면 “극히 귀하고 극히 천한”, 한마디로 존재 자체가 모순 덩어리이다.-296p

참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극히 귀하고 극히 천하다. 참으로 모순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고미숙 작가님의 이 책을 읽고나서 느꼈던 것은 고전역시도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것, 따지고 보면 나는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서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임꺽정을 읽고 나니 다른 고전에 관한 책들이 궁금해졌다.

아...이런 궁금증은 정말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든다.

공부의 달인

공부의 달인 - 학교에서 바로 통하는 공부 전략
신진상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내가 오늘 이야기할 책은 학생들은 해야만 하지만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공부”라는 것의 방법들과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실어놓은 [공부의 달인]이라는 책이다.

누구나 학창시절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왕년이라 할만한 시기가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초등학교 고학년때가 왕년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였을까? 6학년이 될 때까지 반에서 1, 2등을 다퉜다고 하면 나름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였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는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었던 것은 마음에 안 드는 선생님들이 많았던 핑계도 있었고 어렵다고 겁을 먹어가면서 조금씩 흥미를 잃어갔던 탓이 컷던 것 같다.

아... 내가 이 책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이라고 후회를 하지만 지금 해서 뭐하겠는가?

하지만 역시 지금도 나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타겟을 중, 고등학생으로 맞춰놓은 것처럼 그네들이 공부하는 법을 조금 더 다가가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공부는 본인이 해아만 하는 것. 그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경험자들의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본인이 흥미를 잃으면 제 아무리 좋은 방법을 소개해도 어쩔 수 없다는 현실.

중학생들에게는 고입 목표에, 고등학생에게는 수능을 위한 목표에 한걸음 다가가는 데에 하나의 디딤돌을 제시한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공부하는 시간 등을 습관으로 몸에 익혀야 한다던가 나무 하나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안목을 기르라는 것 같은 이야기들은 나도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지금의 나 역시도 한시도 공부를 떼어놓고 살 수 없는 형편이니까 더욱더 절실히 와 닿았었나보다.

그리고 마지막 PART3에 [공부법도 교과목처럼 배워야 한다]라는 부분은 정말 맞다고 느꼈다.

물론 나 자신이 터득하면서 찾으면 좋겠지만 공부라는 것을 하는 이유는 이보다 조금 더 나은 것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데 더 빠른 지름길이 있다면 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이 책을 읽고 지금 막 중학교에 들어간 조카를 주려한다. 이 녀석은 나보다 조금 더 일찍 방법을 깨달아서 자신의 꿈을 향한 길에 기왕 가는 것 빨리 도착하는 데에 이 책이 아주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쳐준다면 그만한 약이 있을까 싶다.

이 책의 강조점은 딱 하나. 공부의 달인들을 살펴보니 그네들은 모두 공부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그 자체를 즐기려고 했던 사람들이라는 것!!

이것 하나로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