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의 새로운 이해 - 다원주의시대의 기독론
존힉 지음, 변선환 옮김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전통적 기독론인 양성론에 대한 비판적성찰과 그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 전통적기독론이란 칼케톤회의에서 채택된 양성론, 즉 예수는 참하나님임과 동시에 참인간이라는 고백을 말한다. 예수는 신성과 인성을 동시에 갖춘 인격이라는 고백이다.

저자는 양성론이 우선 예수 자신의 자의식과는 동떨어진 것임을 지적한다. 예수는 자신을 임박한 종말의 시대를 예비하는 마지막 예언자쯤으로 스스로를 인식했을 뿐 자신의 신성을 주장하지 않았다. 예수가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유연한 은유적 표현이었을 따름인데 이것이 후대에 문자적인 의미의 성육신된 하나님의 아들로 의미의 변화가 일어났다.

저자는 하나님이 예수라는 인격체에 성육신하였다는 이 전통적인 기독론은 결과적으로 많은 역사적 과오를 초래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우선 예수는 유대인이요, 남자이므로 하나님은 유대인으로, 남자로 성육신한 셈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성육신론을 따르면 자연히 예수를 죽인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죽인 셈이 되며 이것은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반유대주의의 신앙적 배경이 되었다. 또한 하나님이 남자로 성육신하였다면 여자는 남자에게 언제나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남녀간의 가부장적 질서와 성차별적 억압을 신의 뜻으로 합리화하는 빌미가 되어 왔다. 또한 전통적 성육신론은 이교도세계에 대한 복음의 전파와 구원을 빌미로 제3세계에 대한 서구제국주의의 정치경제적 침탈의 종교이데올로기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자연히 타문화, 타종교와 적대적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고 역사적으로 공존보다는 침략과 정복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해왔다.


저자는 전통적기독론이 가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논구한 다음 그 대안으로서 은유로서의 성육신론을 제안한다. 은유적이란 말은 다원적이란 말과 상통한다. 은유란 여러가지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그 해석의 문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왜 1세기 유대땅의 예수라는 사람에게만 단 일회적으로 유일하게 성육신하셔야만 하는가?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참되게 알게 하고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나님이 성육신하신 것이라면 어째서 하나님은 단 한번 유일무이하게 예수라는 인격을 통해서만 성육하시는가? 어떻게 다른 시대, 다른 문화, 다른 인격을 통해서는 하나님은 결코 자신을 성육하거나 계시하시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구원의 보편성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예수의 성육신을 문자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인간의 삶을 살면서 신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며 그의 삶을 통해서 신의 사랑을 온전히 펼쳐보인 성화된 인간으로 이해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성육신에 대한 이러한 은유적 이해가 다원화된 세계에서 보다 더 구원과 해방의 종교로서 기독교가 긍정적인 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통적기독론을 불변의 진리로 믿는 사람에게는 예수의 신성을 모독 내지는 폄하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교리의 안경을 벗고 성서 자체의 증언을 뜯어보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원주의라는 말 자체를 불경시하는 신앙풍토에서 이러한 책이 일반대중에게 폭넓게 읽혀지고 받아들여지기는 어렵겠지만 양식있는 그리스도인들과 목회자, 그리고 신학생들은 꼭 한 번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 다원주의가 문제인가? 삼위일체! 이것부터가 다원주의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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