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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왜곡의 역사 - 누가, 왜 성경을 왜곡했는가
바트 D. 에르만 지음, 민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반독자에게는 다소 낯선 성서비평학, 사본학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관심있는 일반독자들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책의 내용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장점을 높이 사고 싶다. 다루는 내용은 대단히 학술적인 전문적 내용이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난해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책의 내용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은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씌어진 절대무오한 계시의 말씀이라는 성경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 사실은 얼마나 허구에 가득찬 것인가를 보여준다. 예수 사후 두 세기동안 예수에 대한 수많은 문서들이 기록되었고 문서들만큼이나 다양한 신앙공동체들이 존재했었다. 이들 신앙공동체간의 고백과 신학의 차이는 수많은 교리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은 교권투쟁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결국 교리논쟁과 교권투쟁에서 승리한 신앙공동체의 고백과 신학이 정통이 되었고 패배한 신앙공동체의 고백과 신학은 이단이 되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야 했다. 이 과정에서 성서를 필사하던 필사자들은 때론 단순한 실수로, 때론 분명한 신학적 의도를 가지고 성서의 본문을 첨삭하거나 왜곡하였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교리에 부합하도록 본문을 왜곡하기도 하였고 교리를 뒷받침할 목적으로 기존에 없던 본문을 첨가하기도 하였다. 이단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이는 본문은 과감하게 삭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16세기 목판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 책의 출간과 유통은 전적으로 책을 읽을 줄 알고 베껴쓸 줄 아는 소수의 필사자들의 손에 달려있었기에 이런 왜곡과 조작의 역사는 얼마든지 가능해던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정통으로 인정하는 교리와 신학은 하나님에 의해 절대불변의 진리로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형성되던 시기에 벌어졌던 치열한 교리와 신학논쟁, 그리고 교권투쟁에서 승리한 자의 전유물이며 그 자체가 역사적 산물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므로 성서본문을 절대무오한 신성물가침의 말씀으로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가급적 후대에 의해 왜곡첨삭되지 않은 성서 본래의 본문을 찾아 그 참뜻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며 여기에 성서비평학과 사본학이라는 학문의 유용함이 있는 것이다. 축자영감, 절대무오라는 신화의 안경을 벗고 성서를 볼 때 오히려 교리와 신학으로 가리워진 성서의 진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