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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부산시립미술관에 시간이 나면 가끔 들린다. 하지만 관람할때마다 맞이하는 당혹감은 큐레이터나 도슨트가 없이는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은 그 작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가서 관람을 하기 때문에 전시된 작품이 주는 의미를 그나마 이해를 할 수 있지만 현대 작가들이 전시를 하는 경우에는 작품의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1918년도 작품 흰 <바탕 위의 흰 사각형>을 절대주의 회화의 종착점이라고 하지만 네모난 흰 사각형이 작품이라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힘들어 그들만의 리그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이우환 작가의 <점>도 동일하다. 그 작가의 철학을 알기 전에는 작품이 주는 가치를 시각적으로만 다가오는 작품의 본연의 모습을 알기가 힘들다.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품 감정사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아작시오 미술관의 관장이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안목가라는 직업이 존재한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안목으로 작품을 감정하고 평가하는 직업이다. 그는 소위말하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미술작품을 접하였다.부모님도 휴일이면 미술관에 대리고 갔으며 삼촌도 유명한 미술 작가라 유년시절부터 미술작품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자랐다. 에꼴 뒤 루브르 대학에서도 미술 작품에 관한 조예가 깊은 교수님 밑에서 미술 작품을 감정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인 감정사의 직업에 돌입하게 되었다.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안목에 대하여>란 책을 통해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안목은 물론 우리 삶에서도 가치가 있는 것, 진짜를 가려내는 안목을 어떻게 길러왔는지, 일과 삶에서 안목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등을 알려준다. 목차는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안목에 관한 주관을 기존 미술 작품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풀어내고 있는다. 1장의 브론치노의 재발견에서는 작가가 아무도 보지 못한 브란치노의 작품을 탁월한 안목을 통해 분석하여 재시한 경험을 서술하고 있는데, 작품에 대해 문외한 사람이라도 그의 설명을 들으면 왜 대단한 작품인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사진도 첨부하여 어떤 작품인지 찾아보지 않아도 단번에 작품을 볼 수 있어 답답함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감정을 통하여 위작을 찾아낸 경험담이라든지 소묘에 대한 해석법, 안목이 필요한 각종 직업들 그리고 인간이기에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실수까지 서술하여 작가의 인간적인 면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그의 글은 쉽지 않다. 전혀 듣지 못한 이국적인 작가들과 이국적인 지명들이 주는 혼란은 뭐 그렇다 치더라고 작가가 바라보는 안목을 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아무래도 예술의 영역이라 조금의 내공이 있어야지 보다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는 메세지는 내가 높은 안목을 가졌기 때문에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높은 안목을 가지기위해 어떻게 노력을 해왔으며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왜 필요한지 피력하는 것이다. 미술작품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가치, 그리고 사물이 가지는 가치, 소소한 일상이 주는 가치를 알아야 진실한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