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발명된 신화

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_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체의 역사

박해받던 소수자는 어떻게 가해자가 되었나

유대인 문제는 기독교 세계가 자신들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타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우리’라는 개념은 ‘저들’이 있어야 성립한다. (_서문 중에서)

아직도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각 민족 국가중 단연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인가? 그 문제는 유대인들이 겪은 역사에서 그 원인이 드러난다.

유대인들이라고 한다면 한국에서는 흔히 유대인들의 공부법을 본받아야 한다며 자주 드러나서 꽤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친숙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긍정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유대인 민족들이 겪은 일들은 부정적인 쪽으로 다양하다. 고향에서 추방된 것부터 나치의 홀로코스트까지. 평화롭게 지낸 날 보다 박해받던 일들이 더 잦았던 민족이 유대인이다. 이런 민족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두고 박해받던 일들이 잦기 때문인지 현재의 유대민족국가, 이스라엘의 헌법에서는 의원 선거 후보자에 대해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부정이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포함된다면 출마가 금지된다는 조항이 있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아직까지 일어나고 있는 이유에서도 여기에 그 원인이 숨겨져 있다.

유대인은 어떻게 차별받던 집단에서 차별하는 집단이 되어버린 것인가. 이스라엘 건국 시 그 영토에 대한 분쟁의 시발점이 유대인의 역사 속에 숨겨져 있다.

고향에서의 추방, 낯선 땅으로의 이산, 2000년 만의 귀환.

‘유대인 신화’에 숨은 폭력과 차별에 관한 가장 통렬한 고발!

모든 차별은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는 타자화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 이 문장 하나가 모든 차별과 배제를 가져온다. 이런 현상들은 비단 유대인들의 역사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닌 흔히 주변에서 나타나는 각종 사건들에서도 드러난다. 학생들의 학교폭력 문제에서나 사회에서의 소외계층이 흔히 겪는 일들도 여파와 규모만 다를 뿐 충분히 그 결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유대인, 발명된 신화>에서 중점으로 다루는 이야기는 단순히 유대인의 박해받은 역사나 이스라엘 건국 후 벌어지는 각 분쟁에 대한 내용만이 아니다. 이 책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차별과 배제의 역사와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해버리는 상황에 대한 경계와 비판이다.

이 서평은 하니포터 5기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신디웨 마고나 지음, 패디 바우마 그림, 이해인 옮김 / 샘터사 / 2022년 10월

“식탁을 차리렴. 잠시 후에 밥을 먹을 테니!”(p.10)

엄마는 편찮으신 할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어린 동생들을 서지웨에게 맡기고 떠났습니다. 어구굴레투 마을의 밤은 깊어가는데 먹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인 케이프타운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구굴레투 마을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배고프다며 울고불고 떼를 쓰는 동생들을 달래기 위해 서지웨는 가족 모두가 눈물을 흘릴 만한 ‘최고의 식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일어나. 어서 일어나! 밥이 다 되었거든!”(p.27)

모두가 가난한 상황에서 서지웨처럼 동생들을 보듬고 달랠 수 있을까, 혹은 마날라 아줌마처럼 친구라는 이유 하나로 물심양면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동화책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동화지만,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집에 먹을 것은 없고 6명의 동생들은 배고프다 떼쓴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도 집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동화책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큰 교훈과 울림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이해인 수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배불리 먹고 마시는 동안 굶주림과 목마름에 죽어가는 이웃이 곁에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도울 수 있는 계기가 이 책을 통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 서평은 물방울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온 우주의 시간을 돌려서라도 내가 찾아낼게, 네가 죽지 않는 세계를”

중학교에서부터 짝사랑하던 미노리와 결혼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나’는 조금 특별한 비밀이 하나 있다. 어릴 적 위험한 상황에 처한 고양이 신을 구해낸 보상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능력을 이용하여 사망의 원인이었던 중학교 때 사고를 막고 미노리를 구해내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이 능력에는 한 가지 대가가 따르는데 되돌리는 시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나’는 55년의 수명을 대가로 과연 사고를 막고 미노리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아직 우리만 알면 되는 내용이다. 지금은 그저, 그녀의 행복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p.11(프롤로그))

마지막 장을 읽고 자동으로 1방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소설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에 당황하면서도 그럼에도 미노리를 살리고 그녀의 행복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결말에 다다라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초반 1장 이후로 평화로운 순간이 계속되었음에도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마지막 장에서 밝혀지는 하나의 진실이 그 평화로운 순간이 사실은 얼마나 슬픈 순간이었는지를 절절히 깨닫게 만들어 준다.

가볍고 짧은 킬링타임용으로 읽기 딱 좋은 길이의 소설이고 내용 자체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내용이라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11년의 다섯 배면 55년. 인생의 대부분을 희생하서라도 미노리가 살아 있는 세상을 되찾는다. 그녀가 없는 세상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p.54(제1장))

이 서평은 오드림 3기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나라가 뒤숭숭하다 라고 생각할 만큼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사건사고가 연달아서 일어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힘들 때, 혹은 상황이 잘 따라 주지 않을 때 우리는 신을 찾으며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란다. 무당은 신을 섬기며 굿을 비롯한 다양한 종교적인 의식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나라 토종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 집에 실린 여섯 명의 무당들의 이야기는 현대에서의 무당의 인식과 무당들이 어떤 일들을 하며 개인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차별과 폭력 없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도를 신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 그 이야기가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에 담겨 있다.

“어차피 무당도 밑바닥까지 온 거에요.

어디 가서 우리가 무당인데요? 그러면 다 선입견 가지고 봐요.

왜? 옛날부터 무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기 때문에.”_(예원당 p.98)

“토템으로서의 신과 창조주로서의 신

그리고 무한한 우주로서의 신이 모두 제 마음 속에 있어요”_(솔무니 p.138)

신과 누구보다 가까이 있으면서 굿을 통해 죽은 이의 넋을 달래주는 굿을 하는 무당은 그 자체적으로 신비하다. 개인적으로 신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무당이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하나의 존재로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직업이라 일반인들에게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그런 무당의 자세한 이야기와 과거부터 이어진 무당이라는 하나의 특수한 직업을 가지고 현대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무작정 무당의 존재를 신비하게 그리지 않고 이들 역시 지금의 평화와 안녕을 바라는 사람들임을 그 어떤 책보다 자세히 나와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서평은 하니포터 5기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친구가 사람을 죽였다.

불운한 우연일까, 의도된 살인일까?

두 번째 핏빛 여행으로 시작되는 충격과 반전의 공범 심리 스릴러

작품을 읽을수록 등장인물에 대한 이전의 평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책.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는 여행을 다니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에밀리와 크리스틴, 주인공 둘이 여행 중에 일어난 두 번의 성폭행과, 저항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두 번의 살인. 그리고 사체를 유기하고 은폐한 이후의 두 인물 사이에서 느껴지는 불안감과 공포는 다른 작품에서 느끼기 어려운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결말에서는 ‘어?’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듯한 충격을 안겨주고, 넷플릭스 영상화 확정인 작품인 만큼 기대되고 재미가 확실한 작품이다.

난 조앤이에요.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걸 참 좋아하죠.

작품을 읽는 내내 사건의 인과관계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시작하는 작품이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작품에 대한 인물 간의 위태로움과 섬뜩함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살인의 범인이 크리스틴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에밀리의 대사 하나로 사실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남겨 찜찜하게 결말을 남긴다.

한 장씩 넘길수록 고조되어가는 두 사람 간의 감정이 시신 발견 이후에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마지막까지 다다를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고 싶지 않게 만든다. 겨울철에 더욱 서늘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오드림 3기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