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살아 있자니 피곤하지. 이렇게 말하는 나도 때론 무로 돌아가자고 생각할 때가 있지. 끝까지 싸운다, 말이 쉽지, 피곤한 일이지. 하지만 배짱은 정해져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살아가는 시간을 끝까지 사는 거다. 그리고 싸운다. 결코 지지 않는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 싸운다는 것이다. 그 밖에 승부 따위 있을 리 없지. 싸우고 있으면 지지 않지요. 결코, 이길 수 없지요.인간은, 결코, 이기지 못합니다. 단지, 패배하지 않는 겁니다. - P131
허무는 사상이 아니다. 인간에 부속된 생리적인 것이고 사상은 보다 더 어리석고 경박한 것이다. 그리스도는 사상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이다. - P118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야말로 품위가 아닐까 싶어. 그리고 우리가 미덕이라 여기는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자기 확신을 조금 낮추어 잡는 것이 이성적인 태도라 생각해.
니나를 얻기 위한 투쟁은 한 특별한 여성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특수한 방향으로 나 자신의 본질을 인식하고 발전시키려는 투쟁뿐이었다. 가령, 이 여자 혹은 저 여자를 선택할 때 이 여자 혹은 저 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본질의 이런 가능성 저런 가능성에 대한 탐색이었다. 니나는 나 자신에게서 부인하려고 한 이런저런 부분과 가능성의 회신이 아니었을까. - P339
참신한 아이디어와 진부한 논리가 공존하는 책. 누구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는 인구문제의 해결책에 이 정도 논리적 비약이야 오히려 참신하지만, 간간이 보이는 논리적 모순은 좀 허탈하다. 가령 3장에서 해결책처럼 제시된 노동유연화와 가족복지 확대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청년층에 안긴 현실의 가혹함”만큼이나 청년들에겐 또 한번, 보다 직접적으로 가혹하다. 그럼에도, 한국사회를 분석할 때 인구학이라는 매력적인 관점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책의 의미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