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루의 신화 - 김진송의 역사 실험, 모두의 이야기면서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
김진송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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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루의 신화>는 참 묘한 책이다! 김진송의 저술이 대개 그렇듯 이 책 역시 유별나다.

문자로 상징되는 지식 권력의 힘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책이다. 무대를 머나먼 고대로 설정했지만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인간은 칼이 아니면 말, 아니 칼보다는 말로 인간들을 다스린다. 해서, 지배자는 말을, 그보다는 말을 기록한 문자와 상징을 점유하려든다. 정확히 말해 문화를 독점하는 것, 선취하는 것, 전유하는 것이 권력의 실체다. 작동원리다. 김진송은 이 점을 말하고 있다.

또 하나.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엮인 책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역사란 기억에 의존한다. 역사를 통해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를 읽으려 든다. 따라서 과거의 역사, 다시 말해 누구의 기억이 공동체의 기억, 역사로 인식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일차적으로 학문적 논의의 대상이지만, 실은 그 이상이다. 그것은 현실적 헤게모니를 둘러싼 암투다. 아마도 김진송은 그런 점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김진송은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나의 이러한 추측을 입증해 주었다. 매우 성공적으로! 나로선 읽을 맛이 나는 책이다. 

이 책이 맛있다면 그 이유는 또 있다. 신화의 세계. 김진송이 창작 아니 창조해낸 가부루의 신화가 부분적으로는 매우 기발하다. 멋지다!

이런 좋은 책을 대중은 외면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너무 어려워서일까. 아니면 너무도 빤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더 늦기 전에, 이 한 해가 지나가기 전에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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