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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오륜서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7월
평점 :
50이라는 나이는 에전에는 꺽이기 직전의 나이였습니다. 저도 30을 넘기고, 40을 넘기고 50이 되면서 확 망가진 육체와 주변의 시선을 느낍니다. 60을 넘기면 잘 살았다고 칭찬받고 잔치도 열어주는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60에 잔치하면 웃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백세시대가 도래하여 장례식을 가도 최소 80은 넘어야 호상입니다 이야기합니다.
오륜서라길래 삼강오륜의 오륜인줄 알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책을 읽어야 배웁니다) 저 옛날 유교의 가르침이 아니었습니다. 불교의 오대에서 나온 오륜輪으로 지수화풍공으로 이론을 펼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엄청난 철학을 다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실전에서 체험한 내용들이라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 그림자 움직이기, 그림자 누르기, 전염시키기 등 일대일 싸움에서 빈틈을 찾는 방법도 나옵니다.
땅의 장은 기초, 바닥입니다. 개인의 실전 검술과 무기와 군사의 배치, 이기고자 하는 정신이 있습니다. 특히 깊이 들어갈수록 원전, 원류에 더욱 충실해진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흐름이 있다. 춤을 출 때도 노래를 부를 때도 저마다의 흐름이 있으며, 눈에 보이는 건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것에도 흐름이 있다. 무사가 크게 출세해 명성을 덜치는가 하면 한순간 몰락하기도 하고, 장사꾼이 크게 이익을 얻는가 하면 파산해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몰리기도 한다. 싸움을 할 때는 상대방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대방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순간을 공략해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
49p
물은 유연성입니다. 지수화풍공을 명상하고 사색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싸우고 죽이는 싸움을 연결하는 것이 대단합니다.
싸움을 할 때는 시야를 넓고 크게 둬야 한다. 사물을 보는 눈에는 마음의 눈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꿰뚫는 관 觀의 눈과 육체의 눈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견 見의 눈이 있다.
73p
볼관과 볼견의 차이가 이렇게나 달라집니다.
불은 뭘까요? 월훨 타오르니 성장, 소멸같은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변화랍니다. 오호. 그러고보니 촛불명상을 할 때도 보면 계속 변확 생겨나죠. 전장에서의 싸움은 급변하는 변화무쌍한 불과 같답니다. 이런 불길 앞에서 내면의 평점심, 땅의 기운이 필요합니다.
기회를 잡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상대방이 공격해 오기 전에 기회를 잡아 먼저 공격하는 방법을 ‘선(先)의 선‘이라 하고, 상대방이 먼저 공격해 오길기다렸다가 빈틈을 공격하는 방법을 ‘후(後)의 선‘이라고 한다. 마지막은 ‘대등(對等)의 선‘으로 서로 공격하는 가운데 먼저 기회를 잡아 공격하는 방법이다.싸움에서 이기려면 상대방보다 먼저 기회를 잡아야 한다.
-오륜서 불의 장. 110p
이 멋진 말이 여기서 나왔군요.
네번째 바람은 흐름입니다. 웬지 흐름은 물일 것같은데, 바람의 속성은 산들바람에서 태풍까지 세세한 것에서 거침없는 것까지 다 섭렵합니다. 이번 장은 소제목들이 좋습니다.
감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숙달이 살길
기존 방식에 매몰되면 망하기 쉽다
쉬운 일로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법
두번 세번 되새겨 봐야할 내용들입니다.
마지막 제일 중요한 空은 하늘로 이해했네요. 하늘은 쉽지 않습니다. 땅세서 시작해서 물, 불, 바람을 지나 정성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뭔가 허투루 인생살지 말라고 꼬집는 듯합니다. 아니, 세상 살면서 좀 쉬엄쉬엄 갈 수도 있는거지...
오십이라는 나이에 필요한 내용을 종횡무진 오륜서 원문과 역사에서 가져와서 설명해줍니다. 그렇게 산만하게 이야기를 듣다가 책 말미에 전문과 병법 35개조와 독행도 전문이 따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자상한 배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