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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평점 :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은이), 최경은 (옮긴이) 서울경제신문사 2022-11-29
책띠지에
과학은 쉬워요, 인생이 어렵죠.
라고 쓰여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저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정도면 진짜 과학의 정점을 찍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요.
내용이 내공있는 과학자들이라 알찹니다. 문장 하나, 대답 하나 허투루 나오지 않습니다.
보통 책을 읽으면 아하, 저자가 6장에 힘을 실었구나, 어라, 1장에 혼신을 담고 나머지는 설명이네. 이렇게 이해가 되는데 20명의 노벨상 수상자 인터뷰라 거의 20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짧아서 단편소설인듯한 기분이라 더 좋았습니다.
전부 노벨상 수상자들인데 의외로 우리 곁의 과학자같은 느낌입니다.
전쟁에 대한 고민도 하고,
노벨화학상을 받으신 분인데 고등학교 화학성적으로 D를 받기도 합니다.
30이 넘어서 전공을 바꾸고 그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너무 당연한 금수저인 모습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화학교수여서 자연스럽게 같은 길을 가기도 합니다.
로알드 호프만 교수(1981년 화학상)는 안네의 일기입니다. 유대인이라 다섯살에 다락방에 숨어서 2년간 있다가 나왔는데 어머니와 지리공부한 것을 기억합니다. 다섯살인데!
고열이 니서 부항요법으로 치료한 것도 기억합니다. 부항이 몸의 사기를 빼는 것만 아니라 열도 내리는 효과가 있나봅니다.
규소에 대한 생각이 비범합니다. 화학면에서 탄소와 유사하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IT의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미래의 화학자들은 화학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미래의 화학은 지금 우리의 화학보다 더 낫겠지요.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화학반응을 더욱 정밀하게 제어하고, 순식간에 분자의 미시적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도 훨씬 더 향상되겠지요. 하지만…… 그들이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은 인생의 도덕적, 사회적, 예술적 측면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교육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화학은 쉬워요.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죠.
27p
나찌를 경험한 노과학자의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피터 아그리 교수(2003 화학상)는 생계를 위해 복싱 경기장의 의사로도 일했습니다.
다시 볼티모어로 돌아가려면 이틀 동안이나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해서, 가는 길에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채플힐에 들렀습니다. 예전에 나의 멘토였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존 파커 교수님이 그곳에 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적혈구와 세뇨관에서 흔히 발견되고 식물에 상동기관이 존재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찾아냈는데, 그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교수님은 몸을 뒤로 기대고 웃으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그 새로운 단백질은 무려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생리학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세포막 수분 통로일지도 모른다고요. 교수님께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은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볼티모어로 돌아온 후에 예전에 파커 교수님의 제자였던 빌 구지노와 함께 수분 수송에 관한 실험을 해봤는데, 이 단백질의 투수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우연과 가족 휴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37p.
저런, 100년간 못찾은 엄청난 연구를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죠. 과학자의 겸손인 것같습니다.
아론 치에하노베르(2004 화학상) 교수는 키팅선생님이네요. 지금을 살아라 이야기합니다. 장난감 수집이 취미이고 명랑합니다. (과학자인데!!)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200만 불, 300만 불, 400만 불을 벌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냥 인생을 즐겨야 해요. 모든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생각하면 인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인생은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한 즐거운 여정입니다. 내 주변에는 괜찮은 커리어를 갖고도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일 직장에 출근해서 시계만 쳐다보고, 퇴근해서 집에 가거나 펍이나 다른 곳에 갈 생각만 하지요. 과학을 연구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 한계가 없습니다. 과학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나는 과학자로 살아온지 4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인생이 정말 즐겁습니다!
90p
과학계가 아니라 어디에 있어도 이렇게 밝게 말할 것같지만 40년간 연구를 해도 매일 즐거운 태도는 참으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랜디 세크먼(2013 생리의학상) 교수는 학술지는 어떻게 과학을 망치는가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쉽지 않았을텐데 40차례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었기 때문에 이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 없겠네요.
일단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법이나 어떤 문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 또는 지금껏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문제 같은 것들 말입니다. 정형화된 공식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뛰어난 논문은 읽었을 때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훌륭한 논문을 쓰려면 명확한 문장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윤색하거나 과장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 데이터가 스스로 말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위대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데이터가 확연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187p
과학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모범같이 훌륭한 조언입니다.
사실 제목은 노벨상 수상소식의 전화를 받았을 때의 감상을 실으려고 한건데 시차가 안맞아 대부분 저녁에 전화를 받습니다.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은 없습니다. 수상위원회도 좀 웃깁니다. 자기 마음대로 한밤중에 전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