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품절


"진흙 쿠키를 언제 먹어요?"
"하루 두 번 먹어요. 아침과 저녁으로요."
"진흙 쿠키를 먹으면 배가 부른가요?"
"네, 이거밖에 없으니 음식처럼 먹는 거죠."
언제부터인가 아이티 사람들의 주식이 되어 버린 진흙 쿠키. 가난으로 빚은 진흙 쿠키 속엔 아이티만의 슬픔이 들어 있다. 중남이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아름다운 휴양지, 카리브 해 연안의 섬나라 아이티는 흑인 국가로서는 가장 먼저 주권을 얻은 세계 최초의 흑인 공화국이다. 그러나 오랜 내전은 자부심 넘치던 풍요의 땅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국민의 75%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최빈국.-49쪽

손톱이 다 닳아 버린 두 손. 새벽 5시부터 한 끼도 먹지 못한 채 쉬지 않고 일하고 나면 직접 퍼 올린 흙으로 허기를 달랜다. ... 아이들이 퍼서 잘게 부순 흙은 이제 시장으로 팔려간다. 흙 한자루의 가격은 한국 돈 4000원.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아이티의 곡물 가격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아이티에서는 밀을 재배하지 않습니다. 전량 수입하죠. 그래서 국제적인 식량 위기가 아이티 가정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
아이티는 한국 전쟁 때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현금을 지원했고,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3모작 농사로 식량을 자급하던 나라다. 그러나 세계화 바람을 타고 밀려든 값싼 수입 농산물에 경쟁력 없는 농사를 놓아 버린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54쪽

믿을 수 없지만 분명한 아이티의 참담한 현실. 정부의 입장은 무엇일까. 아이티의 보건국장은 진흙 쿠키가 건강에 직접 해를 끼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다만 보건국장으로서 사람들에게 이것을 먹으라고 권장하지 않을 따름이라고 했다. ...

엄마 배 속에서부터 진흙 쿠키를 먹은 막내 우에냐. 허기와 통증으로 부쩍 울음이 많아진 아기는 진흙 쿠키 하나에 울음을 그친다. 하지만 배고픔을 잊을 때쯤이면 어김없이 통증과 설사 그리고 고열이 찾아온다. ... 진찰 결과 아이의 볼록한 배는 탈장 때문이었다. ...
"병원에 진흙 쿠키를 가져오진 않지만 증상을 보면 그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배 속에 기생충 알과 벌레 등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진흙 쿠키를 먹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는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의사가 진흙 쿠키를 먹이지 말라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른 것을 줄 게 없으니 계속 먹일 수밖에요..."
가난한 엄마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오늘도 진흙 쿠키뿐이었다.

굶주림과 질병 사이의 선택, 그것은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54-55,57쪽

최빈국 아이티에도 맛있는 음식들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시테 솔레일 아이들 대부분은 진짜 케이크, 진짜 쿠키를 아직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다. 같은 나라에서조차 서로 상상하지 못하는 다른 종류의 음식, 이는 비단 아이티의 진흙 쿠키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전 세계에 닥친 식량의 위기. 지난 2년 사이 국제 밀 가격은 3배, 옥수수 가격은 2.5배가 올랐다. 국제 식량 위기의 원인은 인도, 중국 등 거대시장의 수요 확대와 곡물을 재료로 하는 바이오 연료의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코넛과 야자수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어 비행기를 띄우는 나라와 흙을 먹을 수 밖에 없는 나라. 이처럼 세계화의 미명 속에서 빈부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57쪽

"인광석은 세계 시장에 팔려 나갔고 나우루 섬은 아주 부유해졌습니다. 쿠웨이트가 세계에서 1인당 국민 소득이 가장 높은 부자 나라였고, 바로 그 다음이 나우루였죠."
1981년 당시 나우루의 1인당 국민 소득은 무려 2만 달러. ... 일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던 나우루 사람들의 하루하루는 항상 축제와 같았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갔고, 저도 호주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부자 나라였기 때문에 호주에서 교육받는 혜택을 누렸죠.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휴가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복지 혜택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교육과 전기, 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결혼할 경우 집을 공짜로 제공하는 데다 그 어떤 세금도 없었다. -86쪽

천국과 같았던 나우루의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영원할 것 같던 인광석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급속히 양이 줄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서자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 인광석의 고갈로 국가 재정은 바닥났고 순식간에 경제 파국을 맞았다. ...

잘못된 해외 투자와 국민의 과소비로 나우루 안에는 남은 것이 없다. 기름과 식량을 수입할 돈도 없고, 소비할 물건을 만들어 낼 경작지나 공장도 없다. ... 나우루는 급기야 호주에서 받아들이기로 한 아프가니스탄의 난민들을 대리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난민촌의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돈을 벌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나우루의 생활은 세계 최빈국 수준이다. ...

미래에 대한 대책 없이 소비해 버린 행운, 그 뒤에 찾아온 난국. 나우루 공화국을 위협하는 것은 경제적인 파국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섬이 언제 물에 잠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우루 공화국을 일각에서는 지구의 표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책 없이 사용한 자원의 고갈과 지구 온난화의 위협. 나우루는 과연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89-93쪽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그동안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난제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동예루살렘 문제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 독립 국가의 수도로 삼을 예정이다. 마호메트가 승천했다는 알 아크샤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은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동시에 기독교와 유대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수의 무덤이 있는 예루살렘은 전 세계 20억 기독교인들에게는 영혼의 안식처, 또한 유대인에게는 메시아가 재림해 세울 천년 왕국의 장소로 경배돼 왔다. 1967년, 전쟁을 끝낸 유대인들이 제일 먼저 달려가 기도를 올린 통곡의 벽이 있는 예루살렘은 유대인에게도 가장 신성한 곳이다. 사실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보호구역이다. 하지만 1967년, 이스라엘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살등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역사적·종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예루살렘은 평화로 가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40-41,43쪽

이라크 전쟁 5주년, 진정한 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008년 3월 16일자 보도를 통해,... 이라크전의 대표적인 패배자로 미국 부시 대통령과 네오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꼽은 반면, 이란과 알카에다, 미국의 민간 군수업체들을 승리자로 지목했다. 이 신문은 또한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여전히 바그다드에서 하루에 26명씩 사망하고 있는 이라크 국민'이라고 덧붙였다. ...

이라크에 국군을 파병한 우리 정부는 어떤가. 당시 파병 불가피 논리 가운데 하나는 '이라크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선점권 획득'이라는 실리였다. 그러나 최근 시작된 전후 이라크 에너지 개발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비참전국들에 비해 어떤 특혜도 받지 못한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쿠르드 족 차지 정부와 유전 개발 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며칠 뒤 이라크 중앙 정부는 한국 기업이 쿠르드 자치 정부와 맺은 모든 계약은 무효라고 뒤집었다. ...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여전히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군인을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는 중이다.-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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