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나를 물들이다 - 법정 스님과 행복한 동행을 한 사람들
변택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저녁노을이 장엄하게 지는 서산을 바라보는 세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이야! 멋지다. 사진 찍어야지.”하며 감탄을 한다. 이 사람은 사물을 눈으로 보는 사람이다. 또 한 사람은 “지금 해가 지는구나. 그런데 해가 왜 지지? 붉은 노을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하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과 머리로 보는 사람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입만 벌리고 서 있다. 이 사람은 지는 해와 내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걸 느꼈는데 너무 벅차서 그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바라보는 대상과 내가 하나 되는 경지, 우주에는 에너지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통할 수밖에 없다. (법정, 나를 물들이다 中, p107)

 

책을 읽다보면 법정 스님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모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들 법정 스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순수한 시간을 통해 충만함을 얻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이 공명되어서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정 스님은 남녀노소 그리고 종교를 떠나 정말 모든 이와 거리낌 없이 지내신 것 같다. 법정 스님과 인연이 없는 나지만, 책을 읽으며 법정 스님이 어떤 분이셨을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행복했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법정 스님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셨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만 봐도 법정 스님이 얼마나 사람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삶을 사셨을지 짐작이 갔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스승은 홀로 스승이 아니다.

스승이 가심에 모두 함께 세상을 떴지만,

우리가 남아 있으니,

스승은

지금 여기서 모두를 빛내고 있다.

 

법정 스님께서는 입적하셨지만, 법정 스님을 만난 사람들이 여기서 아름다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렇게 법정 스님을 뵌 적은 없지만 법정 스님이 어떤 분이셨을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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