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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댄스 1부 - 운명의 미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양을 쫓는 모험’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태엽감는 새가 작품자체면에서는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소녀같지 않은 차가운 유키, 어딘가 이상할 정도로 비어있는 고하루,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열쇠 같은 여자인 키키. 주인공의 주위에는 여전히 이상한 사람들 천지이다. 그들의 공통점. 어딘가 비어있고 한결같이 위태로운 점. 본인들은 자신이 위험하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보는 사람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전혀 나아갈 것 같지 않던 그들도 어딘가를 향해서 나아가고 그것은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고하루의 자살. 키키의 죽음. 유키의 성장. 그리고 주인공 자신이 현실로 들어가고자 하는 바람. 중간중간 나타나는 양사나이의 존재는 하루키의 작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이다. 아마도 그는 현실과 비현실의 매개체쯤 되는 듯 하다. 그는 어렵게 어렵게 자신을 찾아낸 주인공에게 ‘현실로 돌아가’라고 충고한다. 죽은 키키의 목소리는 그에게 현실세계에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매끄럽게 춤을 추라고 속삭인다. 주인공이 그렇게 망각하고 있고, 무의식 중에 회피하던 현실은 마지막 장면 그에게 아주 가깝게 다가와있다. 여자친구의 귀에 대고 ‘아침이야’라고 속삭이며 깨우는 것은 차라리 그 자신에게 하는 독백에 가까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