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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3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공경희 옮김, 정희진 분류와 해설 / 열린책들 / 2022년 11월
평점 :

버지니아 울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자기만의 방>일 것이다. 그 정도로 <자기만의 방>은 유명한 작품이다. 이전에 우연히 이 책을 전자책으로 읽었었다. 그 당시 처음에는 집중을 하지 못하고 읽다가 무슨 구절을 읽고 엄청난 집중력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지난번에 짧게 쓴 서평을 다시 보았다.
"여성은 대학 소속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지참하지 않고는 도서관에 출입할 수 없다고 나지막이 말하며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어요" 한창 책을 읽는 것에 푹 빠져 있었던 때여서 도서관에 여자가 못들어간다고? 다시 이 구절을 보니 그 때 느낀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처음부터 집중해서 읽어보려고 하였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울프는 모든 남성이 글을 쓸 수 있던 시대에 왜 여성은 특출한 문학 작품을 쓴 예가 없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만약 큰 재능을 가진 여성이 시재(詩才)를 발휘하려 했다면 남들이 좌절시키고 방해했을 것이다. 18세기에는 수백 명의 여성들이 번역이나 글쓰기를 통해 용돈벌이를 하거나 가족을 구제했으나 18세기 말이 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19세기에는 여성 작가들은 남성의 이름으로 문단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글재주가 있는 여성조차 책을 쓰는 게 이상하고 넋 나간 증거라고 믿었을 정도로 여성의 글쓰기에 대한 반감이 심했음을 가늠할 수 있다.
그 당시 여성들 작가보다 남성 작가가 유명한 것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제약과 사회의 편견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나온 사회적인 제약을 뛰어넘은 제인 오스틴, 커러 벨, 조지 엘리엇 등의 여성 작가들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고 제인 오스틴은 국내에도 많은 작품들이 번역 되어 있기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당신은 내 자유로운 마음에 문이나 자물쇠나 빗장 같은 걸 달 수는 없어"
위대한 남성들이 즐비한 문단에서 여성 작가로서 성공한 울프는 여성 작가에게 필요한 성공의 조건을 분석하여 다른 여성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였다. 울프가 말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은 물질적인 독립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남성 문학에서 벗어난 여성 문학을 말하고자 하였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 남성 지식인들은 도서관에서 많은 참고 문헌을 사용하며 <논문>을 쓰는 데 반해 여성의 글쓰기는 시간의 단송성과 장소의 불연속성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참고문헌이 필요하지 않은 <소설>을 쓴다. 그래서 여성은 자신의 생각을 개념화하고 주장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1년간 글을 쓸 수 있는 5백 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자기만의 방>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같은 여성이기에 사회의 편견과 제약에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처음 읽었을 때보다는 그런 감정이 금방 사그라들었다. 대신, 여성들에 대한 부조리라는 일편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다른 내용들도 눈과 머릿속에 들어왔다.
"<자기만의 방>을 서구의 여성주의 고전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는 정희진 여성학자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인생살이에는 막대한 용기와 힘이 요구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착각의 피조물이기에 자신감도 필요할 겁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요람에 누운 아기와 다름없지요"
"걸작들은 혼자 외따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구한 세월 한 무리의 집단이 함께 사유한 결과물입니다"
"인간이 평온함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은 헛말이다. 인간은 활동할 거리를 가져야 하고, 그걸 찾지 못하면 만들어 낸다"
"관습이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공언한 것 이상을 하거나 배우려는 여자들을 비난하거나 비웃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