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의 사랑 문지 스펙트럼
뱅자맹 콩스탕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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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유명한 불륜 소설은 거의 다 읽어본 듯하다. <주홍글자>, <안나 카레리나>, <마담 보바리>, <인생의 배일>이 떠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명작 중에 불륜 소설은 왜 있는 것일까?' '왜 많은 작가들은 불륜을 소재로 다루었을까?' 궁금하다.

그 당시에는 남성중심이고 여성들에게는 정절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이런 책들이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기에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것일까? 지금 우리가 불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매체를 욕하면서도 즐겨 보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아돌프의 사랑>은 다른 불륜 소설들과 다르게 남자 주인공의 진솔한 마음을 여실히 엿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발행인은 체렌치아에 있을 때 투숙했던 여관 주인이 착각하고 문갑을 준다. 문갑 속에는 주소도 없고 서명도 지워져버린 아주 오래된 편지 묶음과 여인의 초상화 한 점과 수첩 한 점이 들어 있었다. 수첩에 기록된 수기가 <아돌프의 사랑> 이야기가 된다.

사랑이란 한순간에 타오르는 하나의 불빛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것처럼 여겨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얼마 안 가서 그것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아돌프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집안과 친척 관계인 P백작을 알게 되었다. 그의 집에는 폴란드 태생의 엘레노르라는 여자가 첩으로 살고 있었는데 미인이라는 평판이 자자했다. 그녀의 집안은 폴란드에서 상당한 명문이었으나 난리 통에 몰락하게 되었고 외톨이 신세가 되자 P백작의 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돌프의 유쾌한 농담과 다양한 주제의 대화는 엘레노르를 놀라게 하였고 그녀의 마음을 끌게 되었다.

결국 엘레노르는 아돌프를 사랑해서 P백작과 10년의 결실을 하루아침에 저버리고 별거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재산도, 자식도, 명예도 모두 희생했다. 사람들은 비난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영혼을 욕되게 만들었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그녀는 홀로 있으면 괴로움에 몸을 떨었고 사람들 속에 있게 되면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더 기가찬 것은 아돌프는 남의 지배를 받는 나약한 남자였다. 엘레노르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사랑하지도 않는 상대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뼈아픈 불행이라고 한다.

불륜을 저지른 엘레노르에 대한 벌인 것일까? 행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그녀는 그 행복에서 버림을 받는다. 도의(道義)를 저버린 그녀를 불쌍하고 할 수 있을까? 독자인 나도 애매한 감정을 받고 있다.



"사랑이란 모든 감정 중에서도 가장 이기적인 것이어서, 그것이 상처를 입으면 증오의 감정이 솟구치는 법이다"

이 둘의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세상에서 둘이서만 서로 이해하고 단둘이서만 서로 인정하고 단둘이서만 서로 위로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이 지금은 서로 욕하고 비난하는 원수처럼 보였다. 심지어 아돌프는 아버지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 드리는 것, 자신의 청춘이 명예나 명성도 없는 것 등이 엘레노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의 관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뭐 이런 놈이 다 있어?'가 저절로 입밖에 나오게 된다. 고장난명이라고 같이 박수를 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타인들처럼 비난한다. 이기적이고 비열하고 못난놈이다.

"사랑은 나에게 인생의 전부였지만 당신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사회란 개인보다 힘이 강하여 그것이 허용하지 않는 연애는 쓰라린 고통만을 안겨준다. 사회에서 허용하지 않는 사랑을 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뛰어난 몰입감으로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돌프의 사랑>은 두 남녀의 감미로운 연애를 그리고 있기 보다는 비참한 지경에 빠져 있는 인간의 마음을 매우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큰 기둥의 줄거리가 있지는 않지만 솔직한 마음의 표현을 다루고 있어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인상 깊은 구절

"사람의 감정이란 참으로 모호하고도 복잡한 것이다. 그것은 눈으로 붙잡을 수 없는 수많은 인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언제나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우리 자신의 무력함이나 나약함 따위를 체면이나 자존심으로 가장시키는 버릇이 있다."

"사랑은 말하자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지 못했던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재니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항상 변하기 쉬운 것이어서, 어떤 감정을 위장하고 있으면 결국에는 그 감정을 정말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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